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AP,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입고 나오는 국방색 티셔츠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연대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일반인들은 쉽게 구할 수 없는 값비싼 명품 옷을 입고 대중 연설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조되며 침략자에 맞서 싸우는 이미지가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 매일 올리는 연설 동영상 속 의상도 관심사가 됐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이 동영상에서 격식 있는 차림이 아닌 평범한 올리브색 티셔츠를 매번 입고 나온다.
패션평론가 바네사 프리드먼은 NYT 기고문을 통해 그의 티셔츠가 우크라이나 국민의 힘과 애국심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 국가의 정상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격식을 차린 옷차림을 고수했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영국 코번트리에 중절모를 쓰고 코트와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처럼 말이다.
그러나 티셔츠같이 값싼 차림을 고른 것은 전란에 어려움에 부닥친 국민과 연대하겠다는 분명한 표현을 나타낸 거라고 프리드먼은 해석했다.
프리드먼은 “그 티셔츠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원래 평범한 남성이라는 점을 떠올리도록 한다”며 “거리에서 싸우는 시민군과의 연결고리이자 그들의 고난을 공유한다는 표시”라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국기 옆에서 무난한 티셔츠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평범한 남성이자 한 국가의 지도자라는 인상을 준다.
그가 유럽 의회와 영국 의회, 미국 의회에 연설할 때 같은 옷을 입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거물 투자자 피터 시프는 “상황이 힘든 건 이해하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장 한 벌이 없나?”라는 트윗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편한 차림이 미국 의원들 앞에서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리드먼은 “그 티셔츠는 연설 대상(미 의회)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례가 아니라 그가 대변하는 사람들(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존중과 충성의 표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 의원과 같은 정장과 다른 옷을 입음으로써 현재 일어나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현실성을 더해준다고 풀이했다.
특히 전직 배우 겸 코미디언이었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상이 인물 해석에 미치는 영향과 일종의 선전 형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안다고도 해석했다.
의상은 한쪽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다른 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비정상적인 환경에 있는 사람이 입은 친숙한 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고가의 명품 옷을 입고 대중 행사에 나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조 효과를 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치장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18일 러시아가 강제합병한 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식에서 1000만원이 훌쩍 넘는 명품 패딩을 입고 나와 “모든 러시아인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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