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60 Minutes'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안네의 일기’로 독일 나치 치하의 참상을 고발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 가족의 밀고자로 유대인을 지목한 책이 신뢰성 논란에 휩싸여 네덜란드에서 회수됐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역사학자와 2차대전 전문가들은 네덜란드에서 책의 내용을 반박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논란의 책은 캐나다 저자 로즈메리 설리번이 쓴 ‘누가 안네 프랑크를 밀고했나: 콜드케이스(미해결사건) 조사’로, 안나 프랑크 일가의 은신처를 알린 밀고자로 유대인 공증사인 아놀드 판 덴 베르그를 지목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보고서에서 “이 책이 이와 같은 결론을 내는 데 근거가 매우 약하고, 때론 명백히 출처를 잘못 해석하기도 했다”며 “비판적인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엄중한 고발을 하면서도 진정한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고서가 발표되자 네덜란드 출판사 암보 안토스는 사과의 뜻을 밝히고 회수 조치에 나섰다.
출판사는 “이 보고서의 결론에 따라 도서를 더는 발간하지 않기로 했다”며 “서점에 재고를 돌려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책은 미 연방수사국(FBI)요원 출신 빈센트 팬코크 등 조사팀이 2016년부터 추적해 발표한 내용에 기반을 둔 것이다. 지난 1월 16일 CBS 다큐멘터리 ‘60분(60 minutes)’을 통해 공개됐고 이틀 뒤인 18일 책이 출판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조사팀은 결정적인 증거로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공책을 제시했다. 공책에는 전시 유대교 연합회의 일원이었던 판 덴 베르그가 유대인들의 은신처 목록에 대한 접근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이 명단을 나치에 넘겼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책은 출판 이후 유대인 단체와 학계의 비판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실하다고 지적하며 책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판 덴 베르그의 손녀는 “그 책 내용은 안네 프랑크의 이야기를 이용한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부당함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유럽 내 유대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유럽유대인의회(EJC)는 책이 안네 프랑크의 기억과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존엄성을 더럽혔다며 책의 영문판을 출간한 영미권 출판사 하퍼콜린스에 도서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을 피하려고 암스테르담의 다락방에서 숨어지내 온 안네 가족 8명은 1944년 8월 나치에 적발돼 독일의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옮겨졌으며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희생됐다.
그동안 누가 안네 가족을 나치에 밀고했는지에 대해선 여러 차례 조사가 이뤄졌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었다.
지금까지 안네 가족 밀고자 혐의를 받는 사람은 안네 가족 청소부, 아버지 오토의 종업원, 오토를 협박했던 남성, 나치 비밀경찰 요원으로 일했던 유대인 여성 등 대략 3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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