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러시아군이 28일(현지시간) 파괴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시청 건물 꼭대기에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국기를 계양하고 있다. [The Telegraph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장기간 집중 포격을 받은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이 사실상 러시아군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군 포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마리우폴 지역 대부분이 러시아군 통제 아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것이 우리 권한 안에 있지 않다”며 “불행하게도 오늘날 우리는 점령군 손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군 공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 아직 남아있는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나 대피 차량 접근 등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 지도자는 지난 27일 매일 1700명가량의 마리우폴 주민이 대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보이첸코 시장은 “현재 도시 안에는 16만명가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한다”며 “이들은 물과 전기, 난방 등 공급이 끊겨 생활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정말 끔찍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모든 생명을 구하는 것이며 버스 운전기사들이 마리우폴에 있는 주민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러시아는 첫날부터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다”고 비판했다.
28일 러시아군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서는 한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시청 건물 꼭대기에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국기를 계양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러시아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며 “군사작전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런 까닭에 지난달 24일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군은 이곳을 점령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도시 외곽을 포위한 채 집중 포격을 가하며 투항을 요구했다.
또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러시아군 지원을 받으며 우크라이나군과 시가전을 벌여왔지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CNN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군 공격으로 지금까지 도시 내 주거용 건물 90%가량이 손상됐고, 이 가운데 40%는 완전히 파괴됐다.
140여 곳에 이르는 지역 내 병원, 학교, 유치원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장, 항구 등도 러시아군 폭격으로 피해를 봤다.
러시아군 공격 전 마리우폴에는 40만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했지만,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29만 명가량이 삶의 터전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우크라이나 측은 주민 3만명이 러시아로 강제 이주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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