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총리의 트레스젠더 농담 듣고 커밍아웃 결심한 듯
제이미 월리스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상의에 우크라이나 지지와 연대를 표시하는 리본을 달았다. [글로벌뉴스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나는 트랜스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되고 싶다. 성별 위화감 진단을 받았고, 어렸을 때부터 아주 이렇게 느껴왔다.”
영국 웨일스 지방의 브리젠드 지역구 출신 제이미 월리스(38) 보수당 하원의원이 30일(현지시간) 새벽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다.
그는 영국에서 최초로 트랜스젠더임을 선언한 국회의원이 됐다고 외신이 전했다.
월리스 의원은 지속해서 누군가에게 협박당해 온 일을 털어놨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그는 2020년 4월 가족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겠다고 협박받았으며, 2021년 9월 온라인에서 만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2011년 11월 자동차 사고를 내고 도망친 일 등 그는 자신의 상태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과 이 모든 것을 공유할 생각은 없었다"며 "내가 이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낸다면 그것은 정계를 떠난 다음일 것이라고 항상 상상해왔다"고 했다. 그는 “의원으로 일하며 이런 사실을 숨기는 건 항상 힘들었다. 거만하게 ‘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월리스 의원은 전날 보수당 의원 모임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의 트랜스젠더에 관한 농담을 듣고 글을 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는 전날 웨스트민스터 호텔에서 주재한 만찬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안녕하십니까 신사 숙녀 여러분, 혹은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표현대로 태어날 때 여성 또는 남성으로 지정된 사람들"이라고 인사말을 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가 보도했다.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이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트랜스 여성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했던 스타머 대표의 발언을 조롱한 것인데, 이를 두고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국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위원회를 이끄는 벤 하울렛 전 보수당 하원의원은 일간 가디언에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트랜스 젠더를 지지한다고 말해놓고, 사석에서는 트랜스 젠더를 농담거리로 삼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월리스 의원의 글을 공유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공유하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감사하다"며 "내가 이끄는 보수당은 당신과 다른 모든 사람이 자신이 되기 위해 필요한 애정과 지지를 주겠다"고 적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응원한다는 반응이 빗발치자 월리스 의원은 블로그에 새로 글을 올려 "지난 몇 시간 동안 받은 다정한 지원에 감동했다"며 "정체성에 관해 가져왔던, 앞으로도 가져갈 어려움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공개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나는 어제와 같은 사람"이며 "당분간 남성 대명사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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