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의 구세주예수성당에서 열린 극우 민족주의 정치인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 자유민주당 당수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의 바로 뒤에 핵가방(붉은색 원)을 든 경호 요원이 따르고 있다. [더선]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전과를 올리지 못해 궁지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우 민족주의 정치인의 장례식에 참석해 참배를 하는 순간까지도 핵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수도 모스크바의 구세주예수성당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 자유민주당 당수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지리놉스키의 시신이 있는 관 앞에서 애도를 표하는 푸틴 대통령의 바로 뒤엔 핵가방을 든 경호 요원이 서 있었다.
러시아 대통령의 핵가방은 ‘체게트(Cheget)’란 이름으로 불린다. 핵가방 속에는 핵무기가 탑재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버튼과 핵공격 암호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함과 동시에, 실제 핵무기를 사용해야할 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명령한 지 사흘 만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핵무기 운용 부대에 ‘경계 태세’를 명령한 바 있다.
이어 크렘린궁 대변인, 전직 대통령 등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잇따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전세계적으로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일기도 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지리놉스키 당수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 모든 추모객들이 장례식장인 구세주예수성당에 접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선은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까 외부인 접촉을 극도로 꺼려왔다”며 “암살 시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리놉스키는 대선 때마다 후보로 출마해 과격하고 거친 발언과 기행을 일삼으며 ‘괴짜 정치인’으로 유명했다. 1990년대부터 러시아 자유민주당 당수이자 하원 의원으로 활동해 오는 동안 의회 회의나 공개 토론회 등에서 반대 진영 인사나 정치인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몸싸움을 벌여 수시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13년 이슬람권인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의 높은 출산율을 비판하며 세계적 평균보다 훨씬 많은 10~15명의 자녀를 낳는 캅카스 주민들의 출산율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는 자국 내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혁명에 개입하는 데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자, 시위대를 ‘비애국자이자 정신이상자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군기들과 미사일을 받아들인 발틱 국가들과 폴란드를 융단 폭격해 지구상에서 쓸어버려야 한다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하원에 조전을 보내 “지리놉스키는 러시아의 가장 오래된 정당(자유민주당) 가운데 하나를 창설하고 끊임없이 이끌어오면서 러시아 의회주의 정착과 발전에 많은 일을 했고, 항상 열띤 토론에서 애국적 태도와 러시아의 이익을 견지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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