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과 인터뷰에서 “현재 핵전쟁 위험은 실재하며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서방 세력이 이 같은 위험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발언하고 있다. [채널1 방송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가 ‘핵전쟁’·‘제3차 세계대전’ 등의 수위 높은 단어들을 사용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는 서방을 향해 경고성 발언을 쏟아냈다.

여기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러시아군이 ‘가짜 깃발 작전(상대가 먼저 공격한 것처럼 조작해 공격 명분을 만드는 수법)’을 벌이고 있다 누명을 씌우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명분 쌓기에 몰두했다.

25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스푸트니크·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과 인터뷰에서 “현재 핵전쟁 위험은 실재하며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서방 세력이 이 같은 위험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제3차 세계대전의 위험이 실재한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올해 1월 5개 핵보유국이 핵전쟁을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면서 “그 원칙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며 우리는 그 원칙을 기준점으로 행동한다. 러시아는 핵전쟁 위험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서방을 향한 핵위협은 계속하면서도 상황의 책임은 서방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과 관련해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와 전쟁에 참여한 것”이라며 “이런 무기는 러시아군의 정당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북동쪽으로 154㎞ 떨어진 브랸스크 시(市)의 유류 저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TV는 군 기지와 국영 석유회사인 트랜스네프트 소유의 정유 공장에서 15분 이내 간격으로 각각 폭발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 장비를 우크라이나로 수송하던 철도도 또 다른 폭발로 파괴됐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진위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시설을 미사일이나 무인공격기(드론) 등을 활용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위장 전술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의 다음 목표로 지목된 몰도바의 친(親)러 분리주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도 폭발이 보고됐다.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서부와 국영이 맞닿아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를 두고 “러시아 비밀경호국의 계획된 도발”이라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駐)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같은 날 “우크라이나 정권이 러시아군에 화학·생물·전술핵무기 사용 혐의 뒤집어 씌우기 위한 도발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 수집 중”이라며 “당분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휴전 계획이 없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직접 나서 전쟁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책임을 부각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의 사주를 받은 테러 단체가 러시아 유명 언론인들을 암살하려 모의했다 러시아 안보 당국에 체포됐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