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외무부 “외교적 기피 인물 지정”
[유튜브 ‘Кеосаян daily’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친(親)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성향의 러시아 영화 감독이 중앙아시아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국가 카자흐스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편을 확실히 들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 카자흐스탄 정부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영화감독인 티그란 케오사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유튜브 채널을 통해 카자흐스탄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를 확고하게 지지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케오사얀은 러시아 관영 러시아투데이(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의 배우자다. 시모냔 편집장은 러시아 내에서도 대표적인 친 푸틴 성향의 언론인으로 꼽힌다.
케오사얀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의 편을 확실히 들지 않고 있는 카자흐스탄을 향해 “배은망덕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반정부 시위 당시 러시아군의 도움으로 시위를 진압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정부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 보낼 군대를 지원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청에 돈바스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약속한 민스크협정을 이유로 들며 거부했다. 전쟁이 발생하자 국제사회의 러시아 공개 규탄과 대러제재 대열에는 불참했지만 자국 내 반러집회는 허용했다. 카자흐스탄은 우크라이나 친러 세력이 세운 돈바스 지역의 공화국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케오사얀은 이런 카자흐스탄을 지칭해 “우크라이나를 보라. 중앙아시아 국가가 러시아의 편을 들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같은 케오사얀의 발언에 대해 발끈했다.
아이벡 스마디야로프 카자흐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케오사얀의 발언은 객관성이 매우 부족하며 모욕적”이라며 “그의 발언은 러시아 기득권층 일부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양국간, 그리고 양국 정상간 협력을 약속한 기존 합의와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카자흐스탄 외무부는 케오사얀이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 인물)’에 이름이 오를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카자흐스탄 정부는 군사·경제적으로는 러시아와 협력했지만 문화적으로는 탈러시아를 추구해왔다. 2009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5%가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사용하지만 카자흐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국민은 62%뿐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18년부터 내각 회의에서 러시아어 사용을 금지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부터 영문 국호를 기존 Kazakhstan 대신 Qazaqstan으로 쓰고 있다. 2025년부터 키릴 문자 대신 로마 알파벳을 사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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