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The Sun'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러시아명 전승절)에 애초 예고됐던 공중 퍼레이드가 급작스레 취소된 이유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 러시아 독립 언론이 우크라이나군의 기습으로 항공기가 격추당할까 걱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행사가 전격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러시아 매체 제너럴 SVR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을 통해 “전승절 열병식에서 공중 퍼레이드가 왜 취소됐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이유는 간단하다. 푸틴 대통령이 공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두려워했다”고 보도했다.
제너럴 SVR은 크렘린궁 내 푸틴 대통령의 수행원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공중 퍼레이드 도중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고 ‘편집증’적으로 걱정했다고 전했다.
다만, 제너럴 SVR은 푸틴 대통령이 자폭 공격이나 미사일 공격 등 어떤 방식의 공격이 두려워 공중 퍼레이드를 전격 취소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진 않았다.
[유튜브 'The Sun' 채널 캡처] |
다른 언론들도 공중 퍼레이드 취소 원인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걱정한 푸틴 대통령 때문이라는 기사를 잇따라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통신사 유니안은 키이우(키예프)의 우크라이나 정부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의 전승절 공중 퍼레이드 취소는 우크라이나군의 휴대용 미사일 공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유니안은 “날씨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구실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선 러시아 국방부가 12년 만에 선보일 예정이던 ‘IL-80 둠스데이(Doomsday·최후의 날)’이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크렘린궁은 열병식이 시작하자마자 기상 악화로 공중 퍼레이드가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IL-80은 핵 전쟁이 발발하면 수뇌부가 탑승해 공중에서 지휘하는 항공기다. 예행연습까지 했던 8대의 미그(MiG)-29SMT 전투기가 Z 모양으로 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유튜브 'The Sun' 채널 캡처] |
기상 악화라는 공식 발표와 달리 CNN, BBC 등의 실시간 중계 화면에선 열병식이 진행되는 모스크바의 하늘이 쾌청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도 지난 8일 러시아 기상 당국 예보 책임자를 인용해 “9일 날씨가 좋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미러지는 “러시아는 열병식 때 비가 오지 않도록 새벽에 비행기로 구름에 화학약품을 뿌렸던 적도 있는데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밤 불꽃놀이는 열렸다.
한편, 유럽 민간 탐사보도매체 벨링캣의 크리스토 그로체프는 “둠스데이가 기계적 결함이 발생돼 공중 퍼레이드에 동원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며 “향후 며칠 내 진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