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찰스 왕세자, 형 윌리엄 왕세손과 동떨어진 좌석에 앉아
해리 왕자와 메건 왕자비가 3일(현지시간)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열린 감사예배에 두 번째 줄 자리로 안내받고 있다. [글로벌뉴스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96)의 재위 70주년 ‘플래티넘 쥬빌리’가 2~4일(현지시간) 일정으로 열린 가운데 2년 전 왕실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행보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dpa통신은 3일 런던 세인트폴 성당 감사예배에서 해리 서섹스 공작 부부가 2년 전 ‘메그시트(Megxit·메건 이름과 탈출의 합성어)’로 왕실에서 물러난 뒤 처음으로 왕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강등된 지위를 확인시켰다고 보도했다.
예배장에 영실 왕족이 대거 모인 가운데 왕위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와 카멜라 왕세자비,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왕세손비는 대주교를 마주본 오른 편 맨 앞 줄에 나란히 앉아있었으며, 해리 왕자와 메건 왕자비는 그들과 동 떨어진 왼쪽 편 두번째 줄에 앉아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앞서고, 찰스 왕세자와 카멜라 왕세자비가 뒤 따르며 들어서고 있다. 메건이 미국의 한 TV쇼에 출연해 왕실에서 지내던 시절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폭로했을 때 그의 눈물을 흘리게 한 인물로 케이트 미들턴이 지목되기도 했다. [글로벌뉴스 유튜브채널] |
이는 해리 왕자 부부가 최고 위치에 설 자리가 없음을 의미하며, 왕실 행사에서 에스코트로 해리 왕자의 지위는 6번째로 인식되는 것처럼 보였다고 dpa통신은 지적했다.
이날 메건 마클은 디오르의 우아한 크림색 트렌치 코트와 그에 어울리는 모자 차림이었다. 환하게 미소 짓고 예배 참석 인사들에게 인사하는 등 비교적 환한 표정이었지만, 옆에 있던 해리 왕자는 간간이 입술을 깨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리 왕자 부부가 성당 입구에 나타났을 때 군중은 대체로 환호를 보냈지만, 약간의 야유도 보냈다.
3일(현지시간)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감사예배에서 맨 앞줄은 왕위 서열에 따른 왕실 인사들이 차지했다. 해리 왕자 부부의 자리는 없다. [글로벌뉴스 유튜브채널] |
이날 생중계된 영상에선 해리 왕자와 부친인 찰스 왕세자, 형인 윌리엄 왕세손이 함께 있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해리 왕자는 찰스 왕세자와 고 다이애나 스펜서의 차남이자 윌리엄 왕세손의 남동생으로 결혼 전만해도 왕위 계승 3위였다.
하지만 미국 배우 메건 마클과 결혼한 뒤 메건이 왕실에서 인종 차별을 겪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부부는 2020년 4월 1일에 왕족의 일원에서 물러났다. 해리 왕자는 대외적으로 전하(His Royal Highness)라는 호칭도 쓰지 않고 왕실의 지원도 끊겼다.
감사예배가 끝난 뒤 메건 마클의 손을 꼭 잡고 해리 왕자가 성당 밖을 빠져나오고 있다. [글로벌뉴스 유튜브채널] |
한편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여왕은 건강 문제로 3일 감사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4일 경마대회인 엡솜 더비를 보러 가지 않고 윈저성에서 TV로 시청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왕실은 "여왕은 첫날을 즐겼지만 다소 불편을 겪었다"며 "다음 행사 시 필요한 이동과 활동을 고려해서 내키지 않지만 불참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1952년 2월 6일 25세의 나이로 즉위한 여왕의 대관식은 1953년 6월 2일에 치러졌다. 그는 2015년 9월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의 최장 재위 기록(약 63년 7개월)을 깼으며 올해 2월 영국 군주로서 처음으로 재위 70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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