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분노 폭발’…“억울하다” 아우성
‘시가형 자동차’·‘활테슬라’ 풍자 용어 잇달아
테슬라 전기차 충전소 모습.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유통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업가 박세환(35) 씨는 작년에 산 테슬라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최근 화재 등 부정적인 뉴스가 보도되고, 신차 가격까지 큰 폭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구입 당시 ‘소비자 광고모델’로 나설 정도로 애정이 깊었지만, 이제 차를 쳐다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잇따른 화재 사건으로 주목을 받은 테슬라가 대규모 가격 인하로 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테슬라는 최근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가격 인하를 단행했는데, 이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온오프라인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신차 가격이 많게는 20%까지 내려가 향후 중고차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올해 신차 가격을 1000만원 가까이 내리는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했다. 실제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3’는 현재 600만원 내린 6434만원으로 안내되고 있다. ‘모델Y’는 하락폭이 더 큰 1200만원 인하가를 적용한 8500만원으로 판매 중이다.
앞서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국내 판매가를 5차례나 인상했다. 이에 따라 많게는 1500만원까지 신차 가격이 뛰었다. 지난 2년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배터리 관련 원자재와 생산 비용이 오르자 이를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해 생긴 문제였다.
신차 가격 인하의 여파는 컸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신차보다 비싼 중고차가 등장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에선 테슬라 중고차 가격 하락 조짐이 뚜렷하다. 업계는 향후 테슬라 중고차 가격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엔카닷컴에는 현재 신차 가격(6434만원)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는 ‘모델3’ 매물이 170여 건에 달한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보급형 모델인 2021년식 ‘모델3’의 1월 중고 가격은 5763만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2.44% 하락했다.
헤이딜러에서는 ‘모델3’의 최근 3개월간 중고차 시세가 20.1% 떨어진 평균 4243만원에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모델Y’ 역시 같은 기간 판매가가 16.3%나 빠졌다.
지난 9일 세종시 소정면 운당리 국도 1호선을 달리던 테슬라 전기차가 화재로 전소돼 뼈대만 남았다. [연합] |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신차 출시도 테슬라의 수요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친환경 차량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현대차그룹과 토요타, 혼다, GM, 포드 등 전통의 내연기관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서다. 각종 시상식을 비롯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던 테슬라는 최근 그 자리를 다른 브랜드에 내주는 분위기다.
기업 이미지의 추락도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테슬라가 지난 2016년 ‘모델X’의 자율주행 기능을 홍보한 영상이 연출됐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 나오면서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라지고 있어서다. 테슬라 모델의 사고가 이어지면서 자율주행 광고에 대한 여러 건의 소송이 제기됐고, 미 법무부도 수사에 착수했다.
S&P 글로벌모빌리티(S&P Global Mobility)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로 되돌아 간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하지만 다른 브랜드의 새로운 전기차는 테슬라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대 피해자는 차를 산 국내 소비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테슬라를 비난하는 글도 쏟아진다. 최근 가격 인하와 관련해 ‘노량진수산시장 활테슬라(활어 가격처럼 변동이 크다는 의미)’에 이어 ‘시가형 자동차’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17일 기준 131달러까지 떨어진 테슬라 주가를 빗대 ‘낙폭이 큰 자동차’라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부적합한 대응이 테슬라 이미지를 추락시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이를 ‘오너 리스크’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트위터의 위기상황 대응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테슬라의 부진을 부채질한 면이 있다”며 “테슬라의 가격 정책뿐만 아니라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9일에는 세종시 소정면 운당리 국도를 달리던 테슬라 전기차에서 불이 나 차량이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7일에는 서울 성동구 테슬라 서비스 센터에 입고된 테슬라 ‘모델X’에서 불이 났다. 업계는 배터리 관리시스템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헤이딜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