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출석 전 지역 민생투어’ 공식
속내는 “검찰 탄압 부당” 여론전
민주당도 ‘이재명 엄호’ 총력 대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전북 군산시 공설시장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두 번째 검찰 출석을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향한 곳은 ‘민주당의 심장’ 호남이었다. 급등한 난방비 등 이슈를 적극적으로 터치하며 ‘민생 중심’ 이미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이틀 연속 당원과 지지자를 만난 속내는 들끓는 ‘민주당 민심’을 모아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른바 ‘사법 리스크’ 돌파를 위해 결국 여론전을 택한 이 대표 전략이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결집 움직임과 자신을 향한 회의론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지난 전날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전북 정읍과 익산, 군산 등 민생현장을 방문하는 ‘민생 경청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의혹으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도 광주를 찾은 바 있다.
전날에는 정읍 축산농가 등을 방문해 현장을 살핀 데 이어 이날에는 익산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진행했고, 이어 군산 공설시장을 찾아 지역민과 소상공인들과 만남을 가졌다. 특히 이 대표는 현장에서 민생 메시지를 내는 동시에 자신을 향한 검찰 조사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민심을 모으는 데 주력했다.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난방비 폭등 사태에 대한 정부 대책을 두고 “언 발에 오줌누기식 땜질 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국민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한 특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제안했던 7조2000억원의 에너지물가지원금 지급 논의를 최대한 서두르자”라며 “포괄적 민생회복을 위해 30조원 규모의 민생추경, 민생프로젝트 협의도 다시 한 번 제안드린다”고 했다.
그는 또 “엄혹한 민생위기에 직면한 지금이야말로 공정한 고통분담과 경제적 강자의 사회적 연대의식이 꼭 필요하다”며 ‘횡재세’ 도입 의지를 재차 피력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전북 익산시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그는 때마다 검찰 출석을 앞둔 소회를 밝히며 검찰의 “야당 탄압”을 규탄하기도 했다. 그는 26일 정읍역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수없이 공격당하고 수없이 음해당했지만 실체가 드러났다. 사필귀정을 믿는다”라며 무죄 입증을 자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군산에서는 “독재의 시대가 왔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다시 헌정 질서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국민 아닌 소수 권력자가 나라 주인이 되려는 비정상 상태가 왔다”며 “방치하면 그들 세상이 된다. 다시 우리가, 국민이 나설 때가 됐다”며 지지자 결집을 재차 삼차 강조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자신을 향한 검찰 조사에 대해서는 “(유신독재 시대에는) 증거를 만들려고 고문해 가짜 자술서라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증거가 필요 없고, 카더라도 필요 없다. 그냥 검찰이 쓰면 그게 죄의 증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방에 해결할 순 없다. 1인 1표 민주주의, 민주공화국에선 숫자가 최고 아닌가”라며 “작은 실천을 일상 속에서 해 나가면 거대한 새 역사를 만들 것”이라며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도 이 대표를 둘러싼 ‘철통방어’를 이어갔다. 검찰을 향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며 ‘이재명 엄호’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7일 “이 대표가 내일 또다시 검찰에 나가는데 이에 맞춰 검찰발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출석도 하기 전에 (관련자들의) 오락가락하는 일방적 진술을 흘리는 정치 검찰의 속셈은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죽하면 다 끝난 사건(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끄집어내 재수사하는 무리수를 뒀고, 삼류소설을 방불케 하는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옭아맸다”며 “이제는 돌고 돌아 또 대장동 타령을 한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 대표에 대한 막무가내식 수사와 언론 플레이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뜨거운 고데기와 다리미로 주인공 문동은을 마구 괴롭히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연진 패거리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며 “윤석열 검찰의 몹쓸 행태는 길이길이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 자명하다”고 비난했다.
변호사 출신인 김남국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지금 객관적 증거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유동규의 번복된 진술 하나만 계속 나오고 있다”며 “검찰도 (이 대표의 유죄를 입증할) 히든카드는 따로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재수 의원도 라디오에서 “대한민국 검찰의 수사가 언제부터 누구한테 전해 들었다는 이야기에 따라 진행됐는가. (검찰은) 유동규와 남욱을 좀 그만 우려 드시라”고 비꼬았다.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이 대표 출석을 위한 포토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 |
한편 이 대표가 의원들에게 28일 서울중앙지검 출석 현장에 동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일부는 현장에 나갈 예정이어서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소환조사 당시에는 40여 명의 의원이 몰려 여권은 물론 당 내부에서조차 거대 야당의 ‘힘 과시’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한 초선 의원은 “대표 출석하는 자리에 나가보려고 한다. 아직 다른 의원과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한 것은 아니지만, 윤석열 정권의 야당 탄압과 편파적인 수사에 분노하는 마음이 크다”며 “누구라도 이 대표 입장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동료 의원으로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한 의원은 “지지자들을 만나 민심을 듣기 위해서라도 들러보려 한다. 다만 포토라인까지는 함께 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동지는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같이 맞아주는 것”이라며 “험난한 길이라도 동행하고 언젠가 반드시 있을 영광스런 길에도 동행하는 게 동지다. 동행하시겠나. 함께 합시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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