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李 방탄용 정치 공세” 법안 저지
정의당, 진실 규명 필요…민주당 법안은 ‘정쟁’
본회의 직행 ‘패스트트랙’ 현실적으로 유일
김건희 여사가 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국가무형문화재 가계 전승자들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대상으로 한 특별검사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정당은 과반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다. 일반적인 국회 법안심사 절차를 넘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서라도 특검법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응한 맞불 성격의 ‘정치 공세’라며 특검법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국회 제 3당이자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 내용과 처리 방식에 부정적이다.
신정훈·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안을 제출하기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김건희 특검’ 법안은 총 3개다. 모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가장 최근인 9일 민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 법안은 발의자가 15명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당론으로 169명의 발의자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번에 발의한 법안과 당론 법안의 차이는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김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으나, 새로 발의한 법안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으로 범위를 좁혔다.
이는 정의당과 김건희 특검을 공조하기 위한 조치다.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을 주가조작 의혹에 맞춰 ‘원포인트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정의당과의 공조와 협력을 위해서 수사범위를 조금 축소 조정해서 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법안이 다음주 중에는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원회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은 김건희 특검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지 않고 일반적인 법안 심사 절차를 밟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발의된 특검법안과 이번에 발의한 특검법을 병합심사하면 어떤 하자도 없다”며 “국민의힘이 특검법 처리에 협조하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법사위 심사를 시도하는 이유를 두고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처음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할 경우 의석수를 앞세워 일방적인 밀어붙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대장동 50억클럽 특검에 관해 비공개 회담을 마친 뒤 회의실 밖으로 나와 인사하고 나서 헤어지고 있다. [연합] |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다음주 중 법사위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심사될 가능성은 낮다. 법안 상정 권한을 가진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앞서 지난해 민주당에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 2건은 현재까지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을 막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당내 집안 단속이 여의치 않자 또다시 특검을 들고나왔다”며 “특검이 만능 치트키처럼 ‘방탄 맞불용’ ‘내홍 수습용’으로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심산이 역력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정의당을 향해서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에 협조하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다.
양 대변인은 정의당을 향해 “민주당 당대표 한 사람을 위한 방탄, 내홍 수습 특검에 정의당까지 가세할 필요는 없지 않나. 부디 민생을 돌아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 |
현재 정국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시행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패스트트랙이 유일하다. 패스트트랙도 두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특검법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서 지정하거나,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을 채워 본회의에 상정시킬 수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족수를 법사위원 만으로 채우냐, 국회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채우냐의 차이다.
우선 법사위 차원에서 패스트트랙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법사위 재적 위원의 5분의 3인 11명이 찬성해야 된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은 10명으로 정족수에 1명이 부족하다. 유일한 비교섭단체 의원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김건희 특검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김검희 특검법을 본회의에 직접 패스트트랙으로 올리는 방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국회 전체 재적의원 5분의 3인 18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 169명과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6명, 기본소득당 1명 등을 합쳐도 176명이다. 정의당(6석)의 공조가 필수인 이유다.
현재 정의당은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에 공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법안의 특검 수사 범위, 특검 추천권 그리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 처리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주가조작 의혹으로 특검 수사대상을 한정하고, 특검 추천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건희 특검의 쟁정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정치적 공세로 비춰질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해야 여야 합의로 국회 처리가 가능하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여야 합의 없이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특검법이 시행된 후에도 특검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이어진다면 특검 동력이 초반부터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같은 맥락이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정의당이 김건희 특검법 발의에 들어가자 거대 양당이 다들 아전인수 하기에 바쁘다”며 “국민의힘의 방탄과 민주당의 맞불 정쟁 어디에 치우침 없이 오직 진실규명과 국민적 요구에 맞춰 정의당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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