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결 찍은 뒤 ‘국힘표’ 주장할 수도”
‘정치탄압 혐의 아냐’…무난한 가결 관측도
명시적 당론 가능성 낮아 “자당 의원 배려 차원”
김진표 국회의장이 2월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의 부결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 오르는 자당 소속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사실상 가결 입장을 정했다. 당 내에서도 ‘방탄 국회’ 논란 등을 감안해 가결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예상을 깬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사실상 가결에 가까운 입장을 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내용을 파악해서 다음 의원총회에서 보고하기로 했다”며 “우리 당은 불체포특권 포기가 거의 당론에 가깝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지난해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도의회 도의원 선거 예비 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후보 측으로부터 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20일 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당 내에서는 지난달 말 진행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과 하 의원의 혐의 등을 감안했을 때 가결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가 사실이라면 부결시키기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민주당의 방탄 국회를 비판해 온 입장에서 부결표를 던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올초부터 매달 이어진 민주당의 임시국회 개의 요구를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 국회로 규정하고 비판해 왔다. 지난해 말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이어 지난달 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 표결에서 연달아 부결된 점 또한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계기로 국민의힘 의원 51명이 헌법 44조에 명시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서약한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 내 분위기와 달리 누구도 당일 본회의 표결 결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정치적 부담을 안은 민주당이 부결표를 던질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으로선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역풍이 커질 것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부결표를 던진 뒤에 ‘국민의힘에서 찍은 표’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 표결 때와 마찬가지로 다수의 기권표나 무효표가 나와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표결 결과 재석 297명 중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이 대표와 하 의원의 혐의 성격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압도적 가결표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배임 등 혐의는 여권의 ‘정치 탄압’으로 규정했지만, 하 의원은 부정부패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란 해석이다.
여러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명시적인 당론을 정하진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같은 당 의원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겠나”라며 “가결을 당론으로 정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곧 구속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는 게 곧 구속영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구속영장 심사를 받으러 가는 것”이라며 “체포동의안 통과가 곧 구속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사를 받으러 가는 거라서 실제로 체포동의안 통과되고 나서도 구속영장 심사에서 부결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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