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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산전투기 KF-21, 설계 때부터 수출 염두” [신대원의 軍플릭스]
조종래 전 KAI 고정익사업그룹장 인터뷰
“KF-21, 스텔스 목적 아니지만 형상 갖춰”
“美 함재기 들여오면 우리 항모 정보 줘야”
“K-방산 뒤에 ‘공밀레’ 피와 땀…응원 필요”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사업에 깊숙이 참여한 조종래 전 KAI 상무는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수출형으로도 불리는 ‘KF-21 블록Ⅲ’와 관련해 이미 개발 초기부터 설계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설계에는 5세대 전투기의 가장 큰 화두라 할 수 있는 스텔스 성능도 요구만 있으면 이행할 수 있는 철학이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국산 초음속전투기 KF-21 개발 단계부터 시험비행 착수까지 깊숙이 참여한 조종래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사업그룹장(상무)은 최근 관심이 높아진 KF-21의 수출형으로도 불리는 블록Ⅲ와 관련해 이미 개발 초기부터 설계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 헤럴드스퀘어에서 만난 조 전 KAI 상무는 KF-21을 비롯해 KT-1 기본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 FA-50 경공격기 개발과 수출 등에 직접 관여한 국산항공기 개발 역사의 ‘거인’이다.

대한조선공사에서 함정 및 선박 레이더와 사격통제 등을 맡다가 삼성항공우주산업을 거쳐 KAI에서 항공기와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등을 담당하며 바다와 하늘, 우주를 넘나든 독특한 이력도 지니고 있다.

조 전 상무는 현재 4.5세대 전투기를 표방하는 KF-21 블록Ⅰ에 스텔스 성능을 추가해 명실상부한 5세대 전투기로서 해외수출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블록Ⅲ와 관련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방위사업청과 KAI는 KF-21 사업과 관련해 오는 2026년까지 기본 비행성능과 공대공 전투능력을 구비하는 블록Ⅰ, 그리고 공대지 전투능력을 추가로 구비하는 블록Ⅱ 등 2단계에 걸친 단계적 개발을 추진중이다.

조 전 상무는 “KF-21 블록Ⅲ는 5세대 전투기의 가장 큰 화두인 스텔스 도입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5~6년, 그리고 장기적으로 20~30년 뒤 세계 시장점유율을 생각할 때 반드시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는 초창기 설계 개념에 들어있지 않았는데 중간에 개발하다 이것저것 붙이면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KF-21은 처음부터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블록Ⅲ도 요구만 있으면 즉시 이행할 수 있는 개념들이 설계에 녹아있다”며 “지금 KF-21도 무장능력 때문에 4.5세대라고 하는 것이지 형상 자체는 이미 5세대 스텔스로 돼있다”고 강조했다.

또 “나중에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잠재적인 구매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상무는 그러면서 “KF-21은 F-4와 F-5 또는 KF-16을 대체하고 장기적으로는 F-15K까지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스텔스 성능보다는 무장능력이 우선시 됐고 애초부터 스텔스기 용도로 개발한 전투기도 아니다”면서 “전략적으로 스텔스 성능이 필요한 부분은 이미 우리가 구매한 F-35A를 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KF-21 시제2호기가 지난달 공대공미사일 미티어 시험탄 분리시험을 실시하는 모습. [헤럴드DB]

조 전 상무는 현재 검토중인 한국형 항공모함에 탑재하게 될 함재기의 국내 개발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먼저 “국산 함재기 개발은 시간의 문제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며 “함재기는 기골과 랜딩기어를 보강하고, 양력에 필요한 날개를 확장하고, 항모 격납을 위해 날개를 접어야 하는데 결국 항전장비와 무장체계는 똑같고 기체 부분만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소요와 변경은 이미 4년 전부터 충분히 분석했고 기본설계에 반영하고 있다”며 “KF-21과 공통으로 사용하는 상호운용성 측면에서도 굉장히 유리하다”고 장담했다.

그는 특히 “모든 것을 국산으로 갈 필요도 없고 갈 수도 없지만, 항모를 국산 플랫폼으로 만든다면 반드시 국산 함재기로 가야만 제대로 운용할 수 있다”면서 “만약 미국 함재기를 들여온다면 우리가 미 함재기 정보를 받는 게 아니라 우리 항모의 제원 등 모든 정보를 미국 측에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상무는 운용대수가 한정적인 항모 함재기를 국내개발할 경우 경제성이 없다는 비판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20대의 함재기를 가정했을 때 도입비와 가성비, 그리고 향후 30년간 운영유지비 등을 분석했더니 국산 함재기 개발이 미국 함재기 도입보다 훨씬 경제적이었다”면서 “무엇보다 우리가 개발한 항공기이기 때문에 후속 군수지원비용은 외부 도입 때와 비교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KAI는 지난해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를 통해 KF-21의 함재기 버전인 ‘KF-21N’ 모형을 공개한 바 있다.

캐터펄트를 활용한 이함 방식(CATOBAR)과 어레스팅 기어를 이용한 착함 방식(STOBAR)을 적용했으며, 날개가 접히는 ‘윙 폴딩’ 방식으로 KF-21에 비해 전장, 전폭, 전고가 조금씩 커진 모습이었다.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사업에 깊숙이 참여한 조종래 전 KAI 상무는 한국형 항공모함에 탑재하게 될 함재기의 국내 개발 필요성도 강조했다. 지난해 ‘DX KOREA 2022’에서 공개된 KF-21(오른쪽)과 함재기 버전인 ‘KF-21N’ 모형. [헤럴드DB]

이와 함께 조 전 상무는 KF-21 개발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도 일부 털어놓았다.

그는 “스텔스는 완전히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저피탐인데 이 부분이 FA-50과 KF-21 설계에서 가장 큰 차이였다”며 “요구가 굉장히 많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단발(엔진)이냐 쌍발이냐 논란 끝에 쌍발로 가면서 계통의 복잡성도 커졌다”며 “단순히 엔진이 2개가 됐다고 풀어야 할 문제가 2배가 된 게 아니라 2의 제곱 이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단좌기와 복좌기를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단좌기와 복좌기는 기체 형상 변화에 따른 공기역학과 무게중심, 운용절차, 전후방 조종사의 프라이어리티(조종 우선권), 그에 따른 소프트웨어 로직 등 모든 부분을 동시에 설계해야 했는데 시험비행 과정에서도 많은 엔지니어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또 “단좌기와 복좌기를 짧은 시간 내, 같은 기간 동안 모든 특징을 갖춰 만들어냈는데, 이런 사례는 전 세계에서 아직 없었다고 본다”고 자부했다.

끝으로 조 전 상무는 현재 순항중인 KF-21 개발 사업 근간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KF-21을 비롯해 ‘K-방산’을 주도하고 있는 국산 무기체계 연구 개발 과정에 서린 엔지니어들의 피와 땀을 언급하면서 다소 생소한 ‘공밀레’라는 표현도 꺼냈다.

그는 “아이를 쇳물에 던져 완성한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우리 방산업체 엔지니어들끼리는 자조감과 자부심이 섞인 말로 스스로를 ‘공밀레’라고 부른다”며 “KF-21만 해도 많은 ‘공밀레’들의 삶과 영혼을 갈아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이 배고프면 전투를 할 수 없듯이 엔지니어들이 배고프면 좋은 무기를 만들 수 있겠느냐”면서 “많은 엔지니어들이 스스로 몸을 갈아 넣은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국민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 보내주시면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사업에 깊숙이 참여한 조종래 전 KAI 상무는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수출형으로도 불리는 KF-21 블록Ⅲ와 관련해 이미 개발 초기부터 설계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헤럴드DB]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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