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활동 시작을 앞둔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태영호(왼쪽)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이 생각에 잠겨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지시’ 발언, ‘공천 녹취록 파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최고위원에서 전격 사퇴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태영호 의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이 ‘정치적 해법’을 선택한다면 징계 수위에 반영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지 이틀 만이다. 사실상 최고위원 사퇴를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중론인 가운데, 김 최고위원은 ‘사퇴’ 대신 ‘불복’으로 맞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 후 기자들에게 “지난 두 달 동안 새로운 당 지도부 구성원으로서 당 지도부의 성공을 위해서 무엇인가 해보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본의 아니게 지도부에 누만 끼쳐드렸다”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이해 더는 당과 정부와 국민의힘 당원에게는 누를 끼치면 안되겠고, 사퇴하는 길만이 현시점에서 기대에 맞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선당후사’ 정신으로 사퇴를 택했다는 설명이지만, 태 의원이 ‘최고위원직’ 대신 ‘공천’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이 나올 경우 내년 4월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징계로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이 있다. 당원권 정지의 경우 최소 1개월부터 최대 3년까지 가능하다.
당초 태 의원의 징계 수위로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이 언급됐다. 하지만 ‘공천 녹취록 파문’이 징계 사유에 더해지고 반박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최소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는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이 공천에 개입할 것이라는 의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민의힘을 괴롭힌 주장인데, 태 의원이 자숙하기보다 ‘법적 대응’ 등 강력 반발을 선택하며 ‘괘씸죄’까지 추가됐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의원은 “판사들이 가장 세게 처벌하는 것이 괘씸죄”라며 “태 의원은 그 기자회견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황 위원장이 ‘판사’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태 의원이 윤리위원회 징계 논의에 임하는 태도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리위 부위원장인 전주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원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지려 한 자세에는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오늘 징계 수위 결정에 반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의원은 “두 최고위원의 실언이 당의 신뢰도 하락,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징계 수위를 결정해서 지금까지 일어난 당의 어수선한 상황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 최고위원에 대해선 최고위원 사퇴 대신 징계 불복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에서 사퇴하지 않고 윤리위에서 1년 이상의 징계를 받을 경우, 가처분 신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려는 국민의힘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당 윤리위 결정에 직접 가처분 신청을 하지는 않았다. 김 최고위원이 윤리위 처분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 ‘이준석 사태’ 때보다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태 의원은 현역이기 때문에 최고위원을 그만두더라도 당에서 입지를 회복할 수 있지만, 김 최고위원은 원외인데다가 TK만을 지역구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최고위원 사퇴가 곧 정치생명의 끝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주변에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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