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평산책방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퇴임 1주년을 맞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의 화두는 ‘대화 정치’로 축약된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연일 “야당 대표와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도 “대화는 정치인에게 일종의 의무”라면서 목소리를 보탠 것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코인투자’ 등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민주당이 문 전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윤 정권을 향한 역공 동력을 얻었다고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0일 이재명 대표가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그를 예방한 자리에서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이날 이 대표가 자신을 만나기 직전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고 온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 시에 야당 사무실을 방문하셨던 일을 회고하면서 당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했던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과거 대통령 재직 시절 야당과 여러 채널로 대화했고, 실제로 당시 청와대에서 야당 대표와의 만남도 진행했다”면서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신 말씀”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최근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에게 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공식 제안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를 먼저 만나는 것이 순리”라는 취지로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여야 간 대화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보의 뜻을 밝혔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를 재차 사양했고, 윤 대통령을 향해 야당 대표와 대화 테이블에 앉고 그를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대화’를 강조한 것을 두고선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윤 대통령과 이 대표와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는 것을 간접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책을 추천하고 있다. [연합]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민주당이 단합해 국가적 어려움을 타개해야 한다”면서 “최근에 국내외로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데 민주당이 단합하고 더 통합하는 모습으로 현재의 국가적인 어려움들을 타개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줄 것” 당부했다고 권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는 "그런 차원에서 하나가 되자고 하는게 의원들과 당원들 다수의 의견"이라고 답변하며 서로 손을 잡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이날 간담회 전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책방’에서 30여분 간 책방지기로 활약했다. 두 사람은 평산책방이라고 써진 앞치마를 입고 문 전 대통령을 도와 계산을 담당했고, 손님과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