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무기체계 현시 통해 대북 경고도 가능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주관한 뒤 K2 전차와 K9 자주포, K-808 차륜형 장갑차 등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건군 75주년과 한미동맹 70주년과 맞물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 채비가 한창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국군의날 행사기획단을 꾸린데 이어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국군의날 행사 때는 10년 만에 시가행진도 부활할 예정이다.
오는 9월 2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기념행사를 가진 뒤 오후 서울 숭례문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시가행진을 벌인다는 구상이다.
올해 국군의날인 10월 1일이 추석 연휴 기간과 겹친다는 점을 고려해 기념행사 시점을 앞당기게 됐다.
물론 일각에선 시가행진을 비롯한 대규모 무력 과시는 과거 권위주의의 산물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북한의 남한을 겨냥한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는 현실에서 국군의날을 계기로 우리의 압도적인 병력과 장비를 현시함으로써 대북억제 및 대응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북한이 올해 들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도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고,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군사정찰위성 확보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군의날을 계기로 군 사기를 높이고 국민 신뢰와 안심을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해볼만 한다.
이와 함께 오는 2027년 세계 4대 방산수출국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K-방산’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필요도 있다.
이런 마당에 최근 국방부가 국군의날 기념식에 동원할 무기체계 비용을 민간 방위산업업체에 떠넘기려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키웠다.
행사기획단이 한국방위산업진흥회를 통해 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 등 방산업체 5곳에 행사 참여와 관련한 이동 및 운영, 안전지원 가능 여부 등을 타진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유류비, 운송비 등 업체의 지원이 포함될 수 있다고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행사기획단에서 유관기관에 강제성은 없었지만 지원 가능 여부에 대한 공문을 보낸 게 있다”며 “업무 추진 간 소통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뒤 사정이야 어찌됐든 정부 기념행사 비용을 민간에 전가한 것처럼 비춰진 데는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이로 인해 이제 막 날개를 펴기 시작한 ‘K-방산’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호기를 날려버린다면 더 큰 아쉬움으로 돌아올게 될 것이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무기체계 특성상 홍보에 제약이 클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판을 깔아준다는 것 자체가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라며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으로 자칫 이런 기회 자체가 사라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방산업체 관계자는 “행사기획단 공문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거론되는 액수의 경우 효과 등을 고려하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라며 “우리 제품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해외 방산전시회장으로 나가려면 지금 거론되는 액수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로 불리며 최근 언론을 통해 탄도탄 요격 성공 현장을 공개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L-Sam이 국군의날 계기에 선 보인다면 우리 국민에게는 안심을, 북한에는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난해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때 영상으로 공개된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고위력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5’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이미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하고 내년 양산 착수를 앞둔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가 한미 공군의 최첨단 스텔스전투기 F-35A와 편대비행을 한다면 세계는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평가를 내놓을까.
KF-21이 동남아와 중동을 넘어 유럽 진출의 물꼬를 트고 이제는 미국 시장의 문까지 두드리고 있는 국산 경공격기 FA-50과 함께 비행하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K-방산’은 또 얼마나 탄력을 받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
국방부의 미숙한 대응이 아쉽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쥐 잡겠다고 쌀독을 깨서는 안 될 일이다.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은 단순히 일회성 행사로 그칠 게 아니라 국민통합과 대북억제 및 대응 의지 과시, 그리고 ‘K-방산’ 도약의 발판이 돼야 한다.
국방부가 뒤늦게나마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 간 긴밀히 협의하고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방산업체 등과도 소통을 강화하고 성공적인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행사 개최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