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신재생에너지도 변압기 수요 증가 요인
HD현대일렉트릭 전력 변압기. [HD현대일렉트릭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최근 북미 시장에서 산업용 변압기 교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전련기기업계에 호재가 되고 있다. 동시에 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효성중공업 등 주요 전력기기 기업 간 수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9일 코트라(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전압을 높이는 전력 변압기의 북미 시장 규모는 연평균 6.4%의 성장률을 기록, 2030년 64억4000만달러(약 8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압을 낮추는 배전 변압기의 경우 2028년까지 연평균 3.8%씩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변압기 시장의 성장은 노후화된 변압기의 교체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미국의 산업용 변압기 중 33% 이상은 30년 이상 사용됐다. 변압기 수명이 30~40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에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러스트밸트, 펜실베니아 등 북동부 지역 내 공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대형 산업용 변압기 수명도 40년을 초과했다.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인프라 프로젝트도 변압기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미국 국토부는 지난해 신규 전력망 확충을 위해 3개 주요 전력망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LS일렉트릭 변압기. [LS일렉트릭 홈페이지 캡처] |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의 성장도 변압기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전기차 보유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미국 내 변압기 용량은 지난해 기준 1903GVA(기가볼트암페어)를 기록했다. 이는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2%씩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내 변압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 기업들의 수주 기회는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전압기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의 전압기는 성능 측면에서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 최초로 친환경 절연유를 적용한 230㎸(킬로볼트) 친환경 변압기 등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설계 요구 수준이 높은 초고압 대용량 변압기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워 최근 미국 에너지 전문회사인 엑셀에너지와 총 2136억원 규모의 전력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일 품목 기준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효성중공업이 2019년 인수한 미국 테네시주 초고압 변압기 공장. [효성중공업 제공] |
LS일렉트릭 변압기는 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으로 인해 변형이 생기지 않도록 설계했다. 효성중공업은 최고전압 765㎸, 최대용량 1500MVA(메가볼트암페어)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다. 사막, 지진 지역 등 설치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 설계도 가능하다.
변압기 수주를 위해 국내 기업들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현재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의 생산인력을 연초 대비 약 10% 늘렸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신규 채용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공장, 미국 공장의 레이아웃(배치도)을 변경해 생산능력 증대도 꾀하고 있다. 울산 공장에 생산되는 변압기 일부는 미국에 수출된다.
LS일렉트릭은 현지 법인을 통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현지 생산능력을 확보하고자 2019년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일본 미쓰비시의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4650만달러(약 61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변압기는 양산품과 달리 발주처의 전력 공사 현장에 맞춰 주문 생산 방식으로 제조가 필요한 제품”이라며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요구 사양을 맞출 수 있는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