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면 강점 잃고 기성정치인과 같아져”…“특검과 별개로 가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놓고 국민의힘 내에서 ‘한동훈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의 거부권 행사 방침에 따라 총선을 2개월 앞두고 재의결 표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나서 당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리스크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총선 자체가 어렵다”며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부활, 특별감찰관 임명을 포함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한 위원장은 ‘죄를 지었다면 죗값을 받으라’고 시원하게 말하면서 대중에 카타르시스를 줬던 인물”이라며 “만약 대통령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자신의 강점을 잃고 기성정치인과 똑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8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 내년 2월 임시국회 기간 중 재의결 표결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본회의 통과 직후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면서 재의결 표결이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은 정부에 법안이 이송되면 15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다시 국회 본회의에 올라 재의결 표결을 거친다. 재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물리적 시간 부족과 민주당의 반대로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1월9일)가 아닌 2월 임시국회에서 재의결 표결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 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결자해지’를 요구해 총선 전 당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법안 처리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방탄’ 프레임에 가두려 하는 만큼, 한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용 악법이란 비판 만으로는 이번 정국을 지나갈 수 있다고 보는 건 안일한 생각”이라며 “대통령실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 당과 함께 윈윈(win-win)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위원장직 수락 연설에서 대통령실과 당을 ‘동반자적 관계’에 빗댄 만큼 조만간 행동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배우자가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제2부속실 부활은 합리적 요구”라며 “합리성과 논리를 중시하는 한 위원장이라면 충분히 건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의 결자해지를 특검과 별개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공세를 할 게 분명한 만큼, 특검 문제는 속전속결로 털고 가야 한다”며 “관련된 제도 개선 이야기는 (특검 문제가) 지나간 이후 시점을 정해서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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