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 앞에선 지지자 60여명 항의 시위
한동훈, 부적격 재확인…“함께 해주길 기대”
김성태, 추가 입장 표명 고심
서울 강서을 예비후보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공천 부적격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우리 당은 이번에 도입한 ‘시스템 공천’의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의 후보로서 김성태 전 의원님을 국민들께 제시하지 못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에 대한 공천 심사 부적격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공개 저격하며 불복 의사를 밝힌 가운데, 한 위원장이 직접 최종 입장을 못박은 것이다. 그러나 즉각 시스템 공천을 “짜여진 각본(홍준표 대구시장)”이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 내에선 이번 사례가 공천 잡음을 넘은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 시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짜여진 각본을 시스템 공천이라고 우기면 차후 당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할 사람은 없어진다”며 “민주당은 적격심사를 통해 걸러내는데, 김성태 한 명 잡기 위해 시스템 공천 운운은 가당치 않다”고 한 위원장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홍 시장은 “이의신청 받아 들이시고, 경선으로 후보를 정하시는 게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에 대한 예의”라며 “지금 지도부에 이 당을 위해 김성태 만큼 헌신과 희생을 한 사람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홍 시장이 언급한 ‘헌신과 희생’은 지난 2018년 드루킹 특검을 끌어낸 9박10일간의 노숙 단식으로 보인다. 드루킹 특검은 ‘친문(친문재인계)의 황태자’로 불렸던 김경수 경남지사의 유죄 판결 및 도지사직 상실로 이어지며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힌 사건이다. 단식 당시 한 남성에게 폭행까지 당한 김 전 원내대표는 이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YTN 인터뷰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안 계셨으면 민주주의를 훼손했었던 드루킹이라고 하는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릴 수가 없었다”며 “구제는 어려울 것 같은데,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공천 심사에는 포함시키되, 도덕성 지수를 감점하는 방식 등을 통해 기회를 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 전 원내대표의 발목을 잡은 건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원천 배제’ 기준이다. 공관위는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범죄(이상 신 4대 악) 및 ▷배우자·자녀 입시비리 ▷배우자·자녀 채용비리 ▷본인·배우자·자녀 병역비리 ▷자녀 국적비리(이상 4대 비리) 등에 대해 사면·복권되더라도 서류 심사조차 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과거 ‘자녀 KT 불법채용 비리’로 기소돼 2022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그해 12월 사면·복권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여의도 당사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한 위원장이 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여권에서는 공관위가 부적격 판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공관위는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입장 번복이 공천 전반에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집권 3년차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각종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야권 인사들을 상대로 ‘도덕성’을 겨냥해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당 내에선 김 전 원내대표가 반발을 이어갈 경우 단순 잡음을 넘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공관위원인 이철규 의원, 박성민 의원을 ‘핵관’으로 저격하며 “시스템 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표적 맞춤형 공천 시스템을 설계해 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9일에도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을 겨냥해 “당원과 국민 앞에 스스로 석고대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신청자 면접에 들어간 이날 오전 중앙당사 앞에는 지자자 60여명이 ‘드루킹 특검, 단식 투쟁 공천 부적격 사유인가’ ‘민주주의 역행하는 공천농단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이날 “그렇다고 해서 김 전 의원님의 헌신과 민주주의에 대한 기여, 그리고 거기에 대한 저와 우리 당의 평가가 달라지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 안팎의 여론을 감안해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한 위원장은 “저는 김성태 전 의원님과 함께 이번 4월에 승리를 만들고 싶다”며 “우리와 함께 해주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한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추가 입장 표명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원내대표 측은 통화에서 “(한 위원장의 발언을) 아예 거절을 할 수는 없지만, 받아들일지도 고민일 것”이라며 “받아들인다고 해도 앞으로의 행보를 발표해야 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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