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구하기’ 논란, 직접 나서 일축
“같은 지역구 3선, 군소정당 중 유일”
“단일화 배려, 다른 경쟁자에게 불공정”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지역구 연대 관련해 자신의 지역구인 고양시갑 선거구 입장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19일 오전 10시.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심 의원은 길지 않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통합비례정당과 녹색정의당 사이에 논의될 ‘지역구 단일화’ 협상 대상에서 경기도 고양갑은 제외시켜 달라는 것이 심 의원이 발표한 입장문의 요지다. 심 의원은 고양갑에서만 세차례 당선됐다.
심 의원은 이날 “당이 오랜 시간 숙의과정을 거쳐 내린 고뇌에 찬 결정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그 방침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써 뒷받침할 것”이라며 “저는 이미 당 지도부에게, 지역구 연대 협상이 이뤄질 경우, 저의 지역구는 그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 드렸다”고 밝혔다.
앞서 녹색정의당은 지난 17일 전국위원회에서 야권통합비례정당에 불참하되, 접전 지역구 혹은 당의 경쟁력 있는 후보가 출마하는 지역구에 대해서는 후보단일화 등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 “녹색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정책 연합과 지역구 후보 연대는 함께 하겠다고 밝힌 점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며 “추진단은 녹색정의당과의 정책연합, 지역구 후보 연대를 위한 협의에 금일이라도 논의 테이블에 임하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이 지역구 단일화에 공감대를 형상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녹색정의당이 준연동형 선거제에서 비례의석 확보 가능성이 높은 야권의 연합비례정당 참여는 포기하고, 심 의원의 ‘5선 지키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 의원은 현재 4선으로 비례대표 의원으로 시작해 고양갑에서 3선에 성공했고, 4·10 총선에서 고양갑 출마가 유력하다.
심 의원의 기자회견으로 이른바 ‘심상정 구하기’ 논란은 일축됐다.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 지형을 만들수 있는 협상을 거부하며 스스로 논란을 종식시켰다. 실리보다 명분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따른다. 특히 ‘정치인 심상정’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이같은 결단의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과거 ‘선거 이력’과 현재 ‘정치적 입지’에 대한 심 의원의 자존감이 엿보인다. 심 의원은 거대 양당을 제외하고 한 지역구에서 3선을 한 정치인은 자신이 유일하다고 언급하며 매번 박빙의 승부로 당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 의원은 “고양시갑 선거구에서 세 차례 당선된 우리 당의 유일한 지역구 4선 의원”이라며 “양당에 적을 둔 적이 없는 소수정당 정치인이 동일 지역구에서 세 차례 당선된 것은 제가 처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역구 후보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지역구 주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선거가)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 대한 자신감도 읽힌다. 단일화로 ‘편한 승부’보다는 당당히 지역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결단이다. 고양갑 유권자의 경우 거대 양당이 아닌 제3 정당에 대한 열망을 선거를 통해 보여왔다는 사실도 큰 힘이다.
심 의원은 “지역구 3선 의원에게 어떤 배려가 더해진다면 그것 또한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경쟁후보들에게 불공정한 일”이라며 “지난 16년 간의 정치 활동에 대해 종합평가를 받는다는 겸허한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2년 동안 지역구 주민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제3의 선택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현재 심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단일화 협상 대상에 제외시켜 달라는 입장을 당 지도부에도 전달한 상태다.
심 의원은 “당 지도부에 단일화 협상에서 (고양갑을)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지도부에 전달했다”며 “내 뜻이 존중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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