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고발 관련 기자회견서 불법성 지적
HD현대重도 반박 입장문 내고 날세워 비판
방사청 “하반기 KDDX 입찰은 예정대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CI [각 사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한영대 기자] 8조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KDDX 군사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의 입찰을 제한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한화오션은 조직적인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경찰 수사를 재차 촉구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일방적인 짜깁기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국내 함정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한화의 공세와 HD현대의 수세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향후 입찰 제한 관련 재심의 가능성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은 수년간의 군사기밀 불법취득·공유에도 관련 제재 없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수행했다”면서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후속조치가 있어야 유사한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인 4일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과정에 개입·관여한 임원을 수사·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한 데 이어 신속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촬영해 사내에 공유하는 등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은 지난달 27일 HD현대중공업의 국가사업 입찰 참가자격 제한 여부를 논의했으나 제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방위사업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상 계약이행 시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제척기간이 경과했으며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봤다.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한 입장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탐지·수집·누설 범행의 방법은 임원 등 경영진의 개입 없이는 계획과 실행이 불가능하다”면서 “당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에선 임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명백한 임원의 개입이 확인돼야 (방사청도) 제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측은 이날 직접 입수한 판결문과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사건기록 등을 공개하며 HD현대중공업 경영진이 기밀 유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이 불법 탐지 자료를 보관한 비공개 서버를 운용한 점, 군사비밀을 열람·촬영한 사실에 대해 상급자가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HD현대중공업도 반박 입장문을 추가로 내며 맞대응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 측은 “한화오션이 내세운 근거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임원 개입 여부 등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HD현대중공업은 출장 명령서 결재는 통상적인 프로세스고 기밀문서 보관을 위한 보안 서버 도입은 기무사의 권고사항이며 군사 Ⅱ급 비밀까지 취급하는 특수선사업부 직원의 자료 활용을 문제 삼는 것은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은 그러면서 “한화오션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
양사의 치열한 진실 공방에도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은 이날 헤럴드경제에 해당 사업 입찰 계획에 변동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측은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은 사업대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쟁 입찰에서 최선을 다해 수주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고 HD현대중공업도 일찌감치 입찰 참여를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추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재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방사청 개청 이래 행정결정과 관련해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없지만 새로운 사실관계가 밝혀질 경우 계약 심의를 통한 제재가 추진될 수 있어서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동일 건에 대해 재심의를 진행한 사례는 없다”면서도 “HD현대중공업과의 계약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확인돼 재심의를 해야 하는 사유가 생겼다면 내부 프로세스를 통해 심의를 다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약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등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바 있다.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에선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HD현대중공업이 현재 특수선 입찰에서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받고 있다는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방위사업관리 규정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잠정 전투용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으면 상세설계, 선도함 건조까지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함정 입찰에선 통상 소수점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데 HD현대중공업은 1.8점의 감점을 적용받고 있다.
김성준(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 대표와 권혁웅(오른쪽 두번째) 한화오션 대표가 5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 1차 회의’에 참석해 조선업 미래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한영대 기자] |
이런 가운데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와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가 이날 조선업계 관련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와 권 대표는 이날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 1차 회의’에 참석해 조선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에 맞설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양사 수장이 조우했으나 최근 공방에 대한 의견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와 권 대표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행사에서는 KDDX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권 대표는 KDDX 사업 준비 상황에 대해 묻자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며 경쟁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권혁웅 대표는 최근 한화오션의 상선 사업 축소 논란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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