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 변경 후 1년4개월여 만에 계열사명 통일
“그룹 아이덴티티 반영”…시너지 창출 기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 ‘CES 2024’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HD현대그룹이 이달 조선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사명에 ‘HD’를 넣어 그룹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이로써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룹명을 HD현대로 변경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계열사명 통일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오는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HD현대미포’로 변경할 계획이다. 현대삼호중공업도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HD현대삼호’로 바꾸는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미포조선은 1994년 이후 30년 만에, 현대삼호중공업은 HD현대그룹 편입 이듬해인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이뤄지는 사명 변경이다.
이들 2개사까지 사명에 ‘HD’를 넣게 되면 HD현대의 그룹사 정체성 통일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HD현대 계열사 중에서 이들 외에 사명에 ‘HD’가 들어가지 않은 곳은 사내 벤처로 시작해 독립한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와 씨마크 호텔의 운영사인 씨마크서비스 정도다.
앞서 HD현대그룹은 2022년 3월 지주사 이름을 HD현대로 바꾸고 같은 해 12월 그룹의 공식 명칭도 변경했다. 이는 HD현대중공업(당시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2002년부터 사용해온 이름을 20년 만에 바꾼 것으로 HD현대중공업이 첫발을 내디딘 지 50년 만이었다.
HD현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계열사 사명에 ‘HD’를 넣어 통일성을 부여해 왔다. 그룹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힘을 싣겠다는 차원에서다. 미래지향적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HD현대는 ‘현대’ 앞에 현대의 영문 약자인 ‘HD’를 더한 형태로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HD현대 관계자는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각 계열사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명 변경으로 지주사인 HD현대는 상표권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그룹명 변경 당시 신규 로고 등을 출원하면서 현재 상표권을 단독 소유하고 있다. HD현대가 받는 상표권 사용수익은 지난해 기준 약 300억원으로 추정되며 올해에는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로부터도 사용료를 받을 전망이다.
다만 사명 변경과 신규 CI(기업이미지) 도입에 따른 통합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광고비 지출 등이 늘어나면서 당분간 상표권 수익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HD현대 측은 기업설명회를 통해 브랜드 비용은 몇 년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창립 50주년을 넘어 ‘새로운 50년’을 열겠다는 HD현대의 혁신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미래를 이끌 HD현대 오너가(家) 3세인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권오갑 회장과 공동으로 최고 경영체제를 구축해 그룹을 이끌고 있다. 2021년 사장직에 오른 이후 2년 만의 초고속 승진으로 경영 최일선에 나서면서 책임경영체제가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부회장은 올해로 3번째로 참가한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 CES에서 국내 비(非)가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당시 “HD현대는 매년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Future Builder)’ 비전의 발전상을 공유해왔다”면서 해양을 넘어 육상에서도 미래 변화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