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일주일에 두 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1층에서 기자들과 출근 브리핑 시간을 가진다. 처음엔 아무 장비도 갖춰지지 않았지만 백드롭(배경 현수막)이 생기고 최근에는 조명까지 등장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도했던 ‘도어스테핑’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브리핑이 계속될수록 한 위원장의 ‘반문’ 화법도 화제다. 국민의힘 공천의 부족한 점을 말하면 ‘민주당은 그럼 잘 하고 있냐’는 취지로 반문하는 식이다. 민주당 부진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는 국민의힘 상황 상 불가피하지만, 당을 둘러싼 비판에 한 위원장이 명확히 답을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출근 브리핑에서 ‘현역 교체율이 적다는 지적에 당에서는 쇄신과 현역 교체율은 상관없다는 입장’이라는 질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하는 것은 쇄신이냐. 그렇게 보냐”며 “그건 이 대표 개인을 위한 숙정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이 대표에게 찍혀나가는 사람들 (자리에는 다른) 민주당 사람을 앉히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럼 순도 100%의 ‘이재명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도 했다.

‘친윤불패’라는 지적이 제기됐을 때도 한 위원장은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며 “우대한 사람이 있냐. 생각나는 사람이 누가 있냐. 누구를 특별히 밀어줘야 한다는 사람이 있냐”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 지역구 당선자가 너무 적었기 때문에 거기서 살아남은 분은 나름 경쟁력이 있던 것”이라며 “강남권 공천에 대해 반발하는 분이 있는데 강남과 서초는 사랑 받는 곳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두 번 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친윤-비윤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취지지만, 실제 친윤계 의원들은 모두 텃밭 지역구에서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원조 윤핵관 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고 권성동, 이철규, 윤한홍 의원은 모두 단수공천됐다. 친윤을 자처한 전 지도부 인사들도 본선에 올랐다. 김기현 지도부 출신 의원 18명 중 13명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서울 강남3구, 대구, 울산, 부산, 강원 등 국민의힘이 사랑받는 지역구 의원들이다. 이들 지역구에서 ‘두 번’ 공천을 받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 소장파였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유경준 의원은 서울 강남병에서 경기 화성정으로 재배치됐고, 서병수 의원은 민주당 세가 짙은 북강서갑에 출마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벌였던 ‘위성정당 보조금’ 문제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은 불편함을 드러냈지만 명확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앞서 새로운미래와 결별한 개혁신당을 향해 ‘정당보조금을 받기 위한 이혼 사기’라며 경상보조금 6억6000만원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대표는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이 차려지면서 최소 86억원에서 134억원까지 투입됐다”며 “염치가 있으시면 134억원을 토해내라”고 맞받았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정상적인 정당이고 그렇게 보조금을 까먹으려고 사기치는 정당이 아니지 않냐.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혁신당은) 민주당 계열의 신당이다. 그 정당은 우파 계열의 보수정당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아주 많은데 개혁신당이 뭐라고 한다고 하나하나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매 브리핑 때마다 조국신당과 범야권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언급하는 것과 상반된 반응이다.

국민의미래를 ‘정상적’ 정당으로 보기도 어렵다. 더불어민주연합과 같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위성정당’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집한 것과 별개로 국민의미래는 더불어민주연합과 같은 성격의 꼼수정당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을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으로 앞세워 한동훈 비대위와 ‘투톱’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구상 중이다.

한 위원장은 위성정당에 들어가는 국가보조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답하지 않았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식에서 입당 소감을 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일부 영입인사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은 ‘반문 화법’을 구사했다.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이 ‘이재명 사천’에 반대하며 이념적 전향 없이 공천을 위해 당적을 바꿨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하며 소득주도성장을 이끈 김 전 부의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도 제기됐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이같은 질문에 “누가 비판하냐”, “어떤 비판이냐”고 되물었다.

두 번의 질문 끝에 한 위원장은 “정책적인 면에서 모든 것이 같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이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기본적인 철학을 공유하면,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모일 때 강해지고 유능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건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인재영입된 것을 두고도 한 위원장은 “왜 부적절하냐”며 선을 그었다. 외교가에서는 차관급 외교관인 김 전 본부장이 불과 전날까지 북한 외교를 총괄해오다가 정치권으로 옮겨가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한 위원장은 “판사가 (바로 정치권으로) 넘어오는 것, 이성윤 같은 사람처럼 검사가 (바로 정치권으로) 넘어오는 것은 문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사법 영역과 그런 영역은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본부장의 경우 지적의 여지가 충분한데 한 위원장은 본인이 지적을 받으면 ‘상대방이 더 문제’라고 말하는 스타일”이라며 “민주당이 못하는 점을 짚으며 방어를 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