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위성정당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공천 재추천 요구
지지율 정체에 ‘중도 표심’ 살얼음판 촉각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이승환·박지영 기자] 여야가 공천 막바지에 ‘재검토·재추천 카드’를 빼들고 있다. 당내 공천 잡음에 대해서는 기존 결정을 고수하는 강경 입장을 보인 반면, 일반 대중의 ‘눈 높이’에 맞지 않다는 외부 지적에는 기존 결정을 번복하는 절차를 신속히 밟는 모양새다. 4·10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지지율 캐스팅보트’인 중도층 표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2일 대구 중·남 총선 후보인 도태우 변호사의 공천을 재검토한다. 도 변호사는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의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고, 한 유튜브 영상에서 5·16 군사정변에 대해 옹호성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오늘 (도 변호사의 재검토를)안건으로 (비대위 회의에)상정할 예정”이라며 “공직후보자가 되기 전 발언이었고, 공직후보자로 결정된 이상 그 무게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관위에서는 여러 사정을 모두 참작해서 어떤 것이 국민의 눈 높이에 맞는지 논의할 것”이라며 “과거의 발언이라도 부적절하다고 한다면 당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할 지는 후보로서 잘 판단해서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에서 도 변호사 공천을 번복할 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도 변호사가 2019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주장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아울러 도 변호사가 2016년 1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자신의 SNS에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의 글을 최소 10차례 이상 공유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파장이 거세다.
한동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사 출근길에 “공적으로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될 사람은 과거 발언이 공적 이슈에 관한 것일 때 잘못된 생각이라면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도 변호사 공천에 대해)어떤 결론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관위에서 전체적으로 엄밀하게 다시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해병대 채상병 사건 관련 특검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살펴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 |
민주당은 야권연합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들에 우려를 표명하며 재추천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지목한 재추천 대상은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과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구례군농민회장이다.
시민사회 몫 후보가 정당 활동 색채가 강하다는 것이 공식적인 재추천 이유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친북좌파 프레임’을 우려하는 속내가 엿보인다. 전 운영위원은 한·미 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펼친 반미 단체 ‘겨레하나’의 활동가 출신이다. 정 농민회장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의 부회장 등을 지냈는데, 이 단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 시위를 주도한 단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두 후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정치는 이상과 현실을 조화 시켜야 하는 장이기 때문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고 기대에 부합하는 합리적 인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대외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후보들에 대해 사실상 ‘공천 재심’을 신속히 추진하는 배경으로 ‘중도 확장성’을 꼽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가 30~40%대의 지지율 박스권에 장기간 갇힌 가운데, 결국 총선 결과는 중도 표심에 달렸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일반 상식과 거리가 먼 발언 또는 행동을 했던 후보에 대한 공천이 자칫 ‘중도층 이탈’을 가져와 전체 선거 판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래도 어느 쪽이 무당층과 중도층 표심을 막판에 가져오느냐가 관건”이라고 했고, 한 야권 후보는 “양당 강성 지지층은 견고하고, 어디가 외연을 넓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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