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성 장관, K-조선 호평하며 협력 필요성 강조
항해 중인 미국 해군 함선에 MH-60R 시호크 헬리콥터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호주 국방부, AFP]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국내 조선업계의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해군의 무기 조달과 예산을 책임지는 해군성 장관이 한국 조선업 역량을 호평하며 협력을 거듭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양국 간 협력이 현지 조선소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신조 시장의 문호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신조까지 협력을 넓힐 가능성도 열려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함정 MRO 물량 일부를 해외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이를 유치하기 위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미 해군 함정 MRO를 위한 자격인 MSRA를 신청해 올해 초 야드 실사까지 마쳤고 최근에는 미국을 거점으로 하는 글로벌 방산기업인 GE에어로스페이스 등과 기술협약을 맺으며 MRO 사업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화오션도 MRO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해외 기업과 종합 MRO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협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미국 현지 자회사를 설립했는데 북미 조선소 인수 등을 통해 생산 거점을 만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의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에 달하는데 신조와 달리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최근 중국의 해군력 확대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내에서도 해군력 확장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MRO 시장 규모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 국방성은 현재 300척 미만인 함정을 2045년까지 35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기선(앞줄 오른쪽) HD현대 부회장이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찾은 카를로스 델 토로(앞줄 가운데) 미국 해군성 장관에게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
미국 현지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이 최근 미국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ea Air Space 2024)에서 “한국에 갔을 때 선박 건조 공정의 디지털화 수준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놀랐다”며 협력 추진 의지를 내비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델 토로 장관은 미국 조선업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협력해야 한다며 “미국 내 자회사를 설립하고 상업용 조선소에 투자할 최첨단 조선업체를 유치할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델 토로 장관은 올해 2월 한국을 찾아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둘러보며 국내 조선소의 역량을 확인하고 향후 MRO를 포함한 함정 사업과 관련한 상호 협력 가능성을 점검한 바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델 토로 장관은 방한 당시 미국 내 문을 닫은 조선소가 많다며 우리 기업의 미국 내 상업·해군 조선 시설 투자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 간 조선 협력이 향후 신조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당장은 MRO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의 조선업 쇠퇴로 수리뿐 아니라 생산 역량도 위축된 상황이다.
미국은 현행법상 안보, 자국 조선업 보호 등을 이유로 해외에서 함정을 건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은 상선을 기준으로 현재 생산량이 세계 19위까지 떨어져 있어 자국 건조 원칙을 깨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미 함정 MRO 사업 협력을 열고 있는 단계”라면서도 “미국이 국외 조선소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향후 사업 확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력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웅(왼쪽 세번째) 한화오션 대표이사가 지난 2월 한화오션을 찾은 카를로스 델 토로(왼쪽 두번째) 미국 해군성 장관에게 함정 건조 현장을 안내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
이런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조만간 미국을 직접 방문해 함정 MRO 사업 협력에 대해 의견을 나눌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델 토로 장관은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 조선업체를 미국으로 초청해 추가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근시일내 미국 출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때 미 해군 측과 면담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오션 측도 미 해군의 공식 초청이 오면 최고경영자(CEO)급의 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평시에도 업무상 미국을 자주 오가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언이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