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세계 완성차에 샘플 공급중…2027년 양산
중국, 기업·학계 조직 구성…2030년 생산망 구축
닛산이 일본 요코하마 공장에 건설 중인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 라인 [닛산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을 앞두고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삼성SDI가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세계 완성차 업체에 샘플을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양산 로드맵을 공개하는 등 도전장을 던지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닛산은 최근 요코하마 공장에 건설 중인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 라인을 언론에 공개했다.
닛산은 내년 3월까지 시험 생산을 위한 라인 가동을 시작하고, 오는 2028년 기준 회계연도(2028년 4월~2029년 3월)에 전고체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픽업트럭 등 다양한 차량에 전고체 전지를 적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닛산 측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를 2배 높이고, 우수한 충·방전 성능으로 충전시간을 단축했다”고 밝혔다.
전고체 전지는 전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를 말한다. 액체 전해질은 배터리 내부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양·음극의 직접적 접촉을 막는 분리막이 필요한 반면, 전고체는 그 자체로 분리막 역할을 할 수 있어 고밀도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다.
또한 화재·폭발 위험성이 낮고,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거리 확대까지 실현할 수 있는 꿈의 배터리로 통한다.
다만 리튬 메탈 음극을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덴드라이트(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가 쌓이는 현상)’, 양극과 고체 전해질의 계면 저항, 값비싼 가격으로 인한 낮은 양산성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해 그동안 업계에서 성과가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실제 일본 토요타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전고체 전지를 활용한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으나, 당시 실물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러 번 양산 일정을 미룬 끝에 토요타는 지난해 6월 “2027~2028년 전고체 전지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내놨다.
토요타는 기술력 향상을 위해 지난해 일본의 대표적인 석유화학·소재 기업인 이데미츠 코산과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양산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데미츠 코산의 아지로다이트(Argyrodite) 고체 전해질과 토요타의 양·음극 물질 및 배터리 기술이 합쳐져 성능 개선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가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공개한 전고체 전지. [삼성SDI 제공] |
한국의 삼성SDI는 토요타와 함께 글로벌 전고체 전지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에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준공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을 발족하는 등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프로토타입 샘플 생산을 마치고, 이를 3개의 완성차 업체에 공급했다. 지난달 열린 국내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이후 다양한 완성차 업체로부터 추가적인 샘플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보다 진화된 A, B, C샘플을 공급한 뒤 2027년 양산에 돌입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세웠다. 삼성SDI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무음극 전극과 은-탄소 나노복합층을 바탕으로 전고체 전지 양산에 나서고 있다. 음극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리튬메탈포일 등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기존 배터리 대비 상대적으로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28년 상용화 시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을 전고체 전지(황화물계) 양산 시점으로 잡고 있다.
GAC가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24 테크 데이’에서 공개한 전고체 전지. [GAC 제공] |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중국 기업들도 전고체 전지 양산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그동안 액체 전해질을 폴리머로 대체한 ‘반고체 전지’ 양산에 주력해 왔으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고체 양산이 필요하다고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
중국 광저우자동차(GAC)그룹은 최근 개최한 ‘2024 테크 데이’에서 “오는 2026년부터 전기차 자회사인 GAC 아이온(Aion)의 전기차 브랜드 ‘하이퍼’ 모델에 전고체 전지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GAC 관계자는 “(2026년에 나올 전고체 전지는) 1회 충전 시 1000㎞ 이상 주행 가능하며, 기존 액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52% 향상됐다”고 주장했다. GAC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SDI, 토요타 등을 뛰어넘고 세계 첫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기업이 되는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기술 방향성, 소재 등이 공개되지 않아 진정한 의미의 전고체 배터리가 아닐 것이란 의구심도 나온다.
반면 중국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다 국가적인 단위로 전고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중국은 CATL, BYD, CALB, 궈시안 등 자국내 거대 배터리 기업과 주요 대학들의 연계를 통해 CASIP(China All-Solid State Battery Collaborative Innovation Platform)를 조직하고, 2030년까지 생산 및 공급망을 공동으로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