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전당대회 모드’ 돌입…‘당심 100% 개정’ 등 조율 숙제
총선 참패 19일째 변화 없는 與…원외서 ‘한동훈 등판’ 요구 솔솔
나이연대 급부상에 “친윤계가 짠 판대로 가면 변화에 역행”
당 내서도 “전대 늦어지면 韓 복귀 공간 열린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김진 기자]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 실무를 맡을 비상대책위원장에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지명했다. 판사 출신인 황 전 대표는 신한국당 시절부터 보수정당에 몸담아 온 원로 인사로, 박근혜 정부 초반 당대표를 지내며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총선 참패 이후 당 안팎에서 쇄신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중심을 잡고 전대 준비를 할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인선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주류인 영남·친윤계가 당 ‘안정’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총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원외 조직위원장들을 중심으로는 ‘한동훈 등판’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고개들고 있다. 총선 참패 19일이 되도록 비대위 전환이 늦어지면서 쇄신 동력이 떨어졌고,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찐윤(진짜 윤석열계)’ 이철규 의원의 대세론에 힘이 실리면서다. 전대 국면에서 ‘나이(나경원-이철규) 연대’가 뚜렷해질 경우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동훈 전 위원장 등판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다.
29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한 황 전 대표는 지난 15대 총선을 앞두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비서실장에 발탁되며 전국구(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 인천 연수구에서 내리 4번 당선된 5선 전직 의원이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원내대표,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등 요직을 거쳐 당대표에 오른 그는 18대 대선을 이끌며 박근혜 정부 탄생에 일조했고, 정부 임기 초반 안정적인 당청 관계를 이끌며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정식 임명을 위해 상임전국위, 전국위를 조만간 연이어 열 계획이다.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황 전 대표는 쇄신보다 안정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당선인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황 전 대표가) 전대위원장을 할 때, 제가 부위원장으로 모셨다”며 “다양한 이견이 있었는데 잘 조정을 하시고, 또 중재를 잘 하시더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새누리당 시절 황 대표 체제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은 바 있는 윤상현 의원은 이날 “합리적인 분이다. 제가 당대표로 모신 적이 있다”면서도 “혁신과 쇄신의 그림을 그려나갈지 그건 잘 모르겠다”고 했다.
비대위원장 인선에 따라 국민의힘은 사실상 ‘전당대회 모드’에 돌입하게 됐다. 비대위의 첫 과제는 ‘전당대회 룰 재정비’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월 전대를 앞두고 당원투표 100%로 규칙을 변경했는데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의 당권 도전을 막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선인들 사이에서는 최소한 당원과 일반국민 투표 비율을 7대3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PK지역 당선인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와 수직적 관계라는 이미지가 각인된 계기가 지난해 3.8 전당대회였다고 생각한다”며 “5대5 비율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국민의 의중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이번 총선 5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 당선인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비교적 험지로 불리는 서울 동작을에서 생환했고, 지난해 전대에서 친윤계로부터 거센 제지를 당해 ‘윤석열 정부에 맞설 수 있는 대표’라는 이미지를 갖췄다는 평이다. 나 당선인이 당대표를, 이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 ‘나이 연대설’도 파다하다.
나이 연대설이 친윤계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점은 걸림돌이다. 형식적으로 비윤계를 당대표직에 앉히는 것일 뿐, 당 지도부 구성 과정이 친윤계가 의도한대로 흘러가 반감을 살 수 있어서다. 한 원외 조직위원장은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후보로 독주하는데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문제”라며 “이러다 도로 친윤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조직위원장은 “만약 전당대회까지 나이 연대로 흘러가면 결국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친윤계가 짜놓은 판대로 가는 것”이라며 “변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원외 조직위원장들은 한동훈 전 위원장의 역할론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총선을 이끈 그의 책임을 무시할 순 없지만, 마찬가지로 책임론이 제기된 친윤계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그가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그의 정치적 재기를 외치는 ‘구심점’이 없다는 것은 한계다. 한 원외 조직위원장은 “한 전 위원장이 재기하려면 지금 나서서 깃발을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도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실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총대를 매고 한 전 위원장과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은 문제다. 한 전 위원장이 직접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당 내에서도 한동훈 등판론을 인식하고 있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비대위 구성이 늦어지면 자연스럽게 전당대회도 늦어질텐데 한 전 위원장이 여의도에 복귀할 공간을 벌어주는 것밖에 안된다”며 “만약 이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맡게 되면 언론이든 원외든 한 전 위원장을 찾는 목소리가 많아질 것이다. 친윤계 대항마로 인식되는 분위기”라고 봤다.
한편 차기 전대에서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을 주축으로 한 첫목회에서는 최고위원 선거에 후보를 출마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원외 조직위원장 단체 채팅방에서는 차기 당대표가 선출되면 지명직 최고위원 1명 몫은 원외 조직위원장에게 할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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