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내놓지 않으면 처분적 법률 추진해야”
헌법기관들 앞에서 소신보단 ‘당론 입법’ 강조
“당론 따르는게 정당인 역할…소신투표 책임 져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위헌적 발상’에 기반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4·10 총선에서 171석을 확보한 거야(巨野)의 입법독주 우려를 넘어 ‘위헌적 권력행사’에 대한 불안감까지 나온다. 총선 압승으로 더욱 견고해진 ‘친명 지도부’의 장악력 앞에 당내 ‘자정 목소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가 취임하면서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추진할 입법과제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로 정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민주당의 총선 공약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원’은 입법부의 권한이 아닌 행정부의 권한이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의 협조가 없을 경우 특별조치법의 형태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원한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민주당 방침에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압도적인 의석수로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우회해 ‘처분적 법률’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부의 집행이나 사법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국민에게 권리나 의무를 부여하는 법률이다. 현재 정부·여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생회복지원금에 부정적이고,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민생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현 정부 들어와서 외교정책도 엉망이고 삼중고로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하다”며 “저쪽에서 대안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처분적 법률과 같은)수단을 쓸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하는 초선 당선인들 앞에서 ‘위헌적 으름장’도 놓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당론 입법’을 강조하면서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제22대 국회 1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모인 당선인들을 향해 “우리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 할지라도 민주당이라는 정치 결사체의 한 부분”이라며 “정해진 당론 입법을 무산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동시에 정당인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두 입장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당의 구성원이란 점에 방점이 찍힌 발언으로 풀이된다. 헌법적 권한보다는 당의 결정을 따르는 일이 우선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헌법에 기반한 소신투표를 막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당론이 결정됐을 때 그걸 따라주는 게 정당인의 역할이라는 대표의 발언이 위헌적이라는 지적에 동의 못한다”며 “만약 다른 소신이 있으면 당론을 거부하고 투표를 하면 되고, 그 책임은 자기가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재판 중인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의 사건까지 특검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주도로 22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될 검찰개혁 입법 과정에서 조국혁신당과의 공조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조국혁신당 당선인 의석까지 포함하면 22대 국회에서 거야의 전체 의석은 183석이다. 의석수가 180석 이상이면 단독으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할 수 있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의회운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시행된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의석 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까지 모두 특검을 하자고 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검찰 수사가 무도하다는 것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럴수록 무분별한 특검 확장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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