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기업문화 바탕으로 위기돌파’ 의지
SKMS 실천·확산, ‘리밸런싱’ 중점 과제로
투자회사→사업회사 전략 수정 신호 해석도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있는 SK서린빌딩. [연합]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SK의 생명력은 SKMS(SK Management System)에서 나온다.”(최태원 SK그룹 회장, 2009년 SKMS 30주년 기념식)
SK그룹이 위기 극복 카드로 전면에 내세운 SKMS는 그룹 전체를 떠받치는 ‘혁신의 뿌리’로 요약된다. SK그룹 고유의 경영철학이자, 내부에서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펴보는 ‘매뉴얼’이자 ‘바이블(Bible, 성서)’로도 표현한다. SK그룹이 재계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SKMS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SK그룹이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의 핵심 화두로 SKMS를 꼽은 것은 보다 강력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종의 ‘정신 재무장’인 셈이다.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와 함께 SK그룹 최고경영진이 모여 전략을 논의하는 핵심 연례행사다.
그간 반도체, 배터리 등 신사업 투자 등을 지속하며 그룹의 덩치를 불려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SKMS 전파에 소홀했던 것이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낮추고 협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올해 초부터 임원, 팀장 워크샵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SKMS 회복을 강조해온 이유기도 하다.
SKMS는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9년 3월 정립한 SK그룹의 경영관리 철학으로, ‘인간 중심 경영이념’을 기반으로 했다. 국내기업 가운데 경영기법을 시스템화·명문화한 첫 사례로 꼽힌다. 지난 40여년 동안 경영환경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맞춰 총 14차례에 걸친 개정도 진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
재계 일각에서는 그룹의 근본 경영철학인 SKMS를 다시 꺼내든 데서 이번 ‘리밸런싱(재조정)’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선대회장 시절부터 내려온 ‘기본 철학’을 강조하는 것이 제조업 기반 사업회사로서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비롯한 SK이노베이션 계열 에너지·배터리 사업을 정상화하고 ‘내실 다지기’에 방점을 찍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수년간 SK그룹은 지주회사인 SK㈜가 직접 투자에 나서는가 하면, 투자전문 중간지주회사 SK스퀘어를 설립하는 등 금융투자회사로의 변모를 추진해왔다. 각각의 계열사별로 공격적인 신사업 진출, 투자를 진행키도 했다. 그러나 계열사 간 중복 투자, 투자 실패 등이 누적되고 핵심 캐시 카우(cash cow)인 에너지·화학, 반도체 업황 부진이 겹치면서 그룹 전체의 현금 흐름도 경색,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이 주요 개선 과제로 지목됐다.
급기야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10월 CEO세미나에서 ‘서든데스(sudden death, 돌연사)’를 언급하며 “사업 확장과 성장 기반인 투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투자 완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를 언급한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최창원 부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된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돼 있던 투자 기능을 일원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선대회장이 정립한 SKMS를 다시 강조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투자기업으로 변모해오던 SK그룹의 전략 방향을 수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제조업 기반 ‘사업회사’였던 SK그룹이 ‘투자회사’로 변신한 것이 적잖은 과제를 남겨 전략 방향이 수정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SKMS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방향성을 내놓을 예정이다. SK그룹은 ‘리밸런싱’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SKMS의 실천과 확산을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대내외 위기에 보다 속도감 있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MS는 구성원들을 결집 시키는 힘이자 SK의 DNA”라며 “어려울수록 그룹의 근간이자 초심인 SKMS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