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반 사업수익성 개선 과제
부채 비율은 4대그룹 중 가장 낮아 타격 미미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 회복 속
SK온 투자 자금 마련 해법 주목
SK그룹이 28일 개최되는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리밸런싱)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한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정윤희·한영대 기자] SK그룹이 고강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리밸런싱)으로 환골탈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차입금으로 인한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것과 그룹 전반의 수익성 개선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차입금 의존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수익성을 키워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에 그룹의 전사적 역량이 집중될 전망이다.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 역시 사업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 반도체·배터리 투자금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6일 헤럴드경제가 SK㈜, SK이노베이션, SK온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 7곳의 올해 1분기 기준 재무 안정성 지표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지난해 1분기보다 차입금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의 1분기 기준 총 차입금은 88조688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80조7231억원에 비해 늘었다. 차입금 의존도(자산 대비 차입금 비율)도 40.8%에서 41%로 소폭 증가했다. SK온의 경우 차입금은 12조936억원에서 19조496억원으로, 의존도는 49%에서 53%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30조7277억원(29.4%)에서 32조5753억원(31.6%)으로 늘었다.
SK이노베이션(SK온 포함)은 올해 1분기 33조4870억원의 총 차입금을 기록, 지난해 1분기 29조5060억원보다 3조9810억원 늘어났으나 의존도는 41%에서 38.8%로 소폭 줄었다. SK텔레콤과 SK E&S는 각각 11조1850억원(36.6%)에서 10조9515억원(36.1%), 7조7165억원(42.3%)에서 7조5670억원(39.2%)으로 차입금과 의존도가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총 차입금이 증가하면 이자 부담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리·대출 한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 3월 재무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SK온 서산공장 [SK온 제공] |
재계에서는 결국 반도체·배터리 업황 부진과 석유화학 불황의 여파에 부진했던 실적을 끌어올리며 전방위 수익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경영성과’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매출 200조9620억원, 당기순이익 65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매출 23조2000억원, 당기순이익은 10조4000억원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 전체에 만연했던 무분별한 중복투자를 정리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 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미 지난해 말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했지만 추가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투자전문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는 지난해 말 기준 출자한 법인이 SK하이닉스, 11번가, 콘텐츠웨이브 등을 비롯해 모두 27개에 달했으나, 6개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자산 규모는 6조3000억원으로 투자 손실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SK스퀘어는 올해 들어 크래프톤과 SK쉴더스 지분을 매각한 상태다. SK㈜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출자한 타법인 109개 가운데 약 60%가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주요 계열사의 부채 총액과 부채 비율 등은 당장 SK그룹 재정에 타격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의 부채비율은 91.1%로 30대그룹 중 21위(낮은 순위)다. 4대그룹 중 삼성(118.8%, 14위), LG(103.6%, 16위), 현대차(93.6%, 18위)보다 낮다.
최근엔 지난해까지 부진했던 정유, 반도체 사업도 반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 흑자전환 했을 뿐 아니라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SK온의 투자 부담이 그룹 전반 재무구조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 당장 부채비율 등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문제는 없지만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SK온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해야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K온에 주어진 선택지는 기존 계획한 사업을 수정하거나, 내외부로부터 자금 조달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SK온 적자가 지속된다면 SK그룹으로서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최근 SK그룹 내에서 내부 자금 조달을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SK온과 SK E&S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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