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비영어권 AI 기술 리더십 한국이 주도할 수 있어”
19일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최태원(오른쪽) 대한상의 회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AI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이란 주제로 AI 토크쇼에 참석했다. [대한상의 제공] |
[헤럴드경제(제주)=권남근기자, 김현일·김은희 기자] “2~3년 안에는 엔비디아의 적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엔비디아가 부서지진 않을 것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AI 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을 주제로 진행된 최수연 네이버 대표, 카이스트 김재철 AI대학원 정송 원장과의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가) 이점을 가지고 있던 게 GPU(그래픽처리장치)인데 그래픽을 다룬다는 건 AI 연산과 같은 얘기”라며 “소프트웨어도 상당히 발전해 있어 하드웨어를 똑같이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걸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방법이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AI를 가지고 돈을 버는 모델이 뭐냐가 정확히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개인이든 기업이든 돈을 지불하는 게 안 된다고 하면 다른 종류의 칩이나 형태가 필요하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무너질 공산도 있다”고 했다. 또한 “엔비디아의 칩을 쓰는 MS나 구글, 아마존도 칩을 따로 만들고 있다. 그들의 경쟁력이 올라오느냐에 따라, 또 AMD 등이 싸게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엔비디아가 부서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도 “2~3년 내 AI로 돈을 버는 모델이 나온다고 하면 비싼 칩이라도 써야 한다. 그렇다면 5년 이상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AI 세상이 금을 계속 캐는 세상이 되려면 필요한 것으로 ‘데이터’와 ‘AI 반도체’를 꼽았다.
최 회장은 “현재 사용하는 챗GPT4가 다음 레벨인 챗GPT5로 발전하려면 데이터 사이즈가 지금보다 8배 이상 커져야 한다”며 “그 수준의 데이터가 없다면 ‘꿈의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 AGI 시대로 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금을 캐는 것이 지연되거나 금을 못 캘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반도체 기술이 얼마나 빨리 발전할 지도 관건”이라며 “현재 AI 칩은 3조2000억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다룰 수 있지만 다음 레벨로 가려면 10조개 이상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칩이 다음 레벨로 발전하는 것이 어렵다면 거대 AI 모델을 만드는 데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아울러 탄소와 비용문제도 AI 모델의 발전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지목했다. 최 회장은 “현재 데이터센터가 뿜어내는 탄소 양이 전체 항공산업이 내뿜는 양의 약 1.5배 수준이다. 결국 환경 문제에 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아 이상적인 거대 모델을 만들지 못할 경우 특정 산업에 특화된 작은 모델 구축으로 선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 회장은 “바이오나 제조업, 여행 산업에 AI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특정 분야에 특화된 데이터를 만들어 작은 모델에 올리는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도 안 되면 온디바이스 AI처럼 가벼운 모델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변형시킨 새로운 단말기가 나타나는 세상을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혼자, 어떤 기업 혼자 갈 수는 없기에 협업이 필요하다”면서 “네이버가 금을 캐는 여러 도전을 하면 SK는 하나하나 서포트하고 비용이나 인프라 구축을 쉐어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민국 혼자 하기도 어렵다. 우군이 필요하다”면서 “빅테크도 진영을 만들고 있다. 우리도 필요한 역량을 가진 파트너를 찾아서 진영화하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제조업도 AI 도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제조업에 AI가 들어오면 달라지고 또 달라지게 할 수 있다”면서 “AI를 적용하면 속칭 말하는 수율을 잘 나오게 할 수 있고 이는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AI를 통한 공정 개발, 장치 개조도 이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사례를 들며 “우리는 반도체 공장에서 많이 쓰고 있다”면서 “웨이퍼 불량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예측하고 ‘트라이 앤 에러(시행착오)’를 계속 돌리다 보면 실제 수율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은 제조강국이다. 이렇게 많은 제조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면서 “클러스터 단위든 업종별이든 데이터를 수집해 정부나 지방정부에서 모아 쓸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주면 모든 제조업 성능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AI 데이터를 더 모으려면 사이즈를 키워야 하기에 친밀한 국가와도 콜라보하게 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19일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최태원(오른쪽) 대한상의 회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AI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이란 주제로 AI 토크쇼에 참석했다. [대한상의 제공] |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비영어권 지역에서 자체 인공지능(AI) 모델 구축 수요가 증가하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나라가 이를 기회로 삼아 AI 기술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네이버가 자국어 중심의 AI 모델을 개발한 경험을 가진 만큼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자국 언어를 중심으로 초거대 생성형 AI 모델을 ‘프롬 스크래치(맨 처음 단계부터)’로 개발해 서비스 전반 적용까지 나아간 사례는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선 한국이 실질적으로 유일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는 자국어 중심 모델을 개발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소버린 AI를 확보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며 “각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보다 강력하게 반영한 자체 소버린 AI 확산을 위해 여러 국가 및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인프라·데이터·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통 목표를 가진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글로벌 소버린 AI 생태계를 함께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미팅에서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최 대표는 “각 나라의 언어와 맥락을 잘 이해하는 AI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황 CEO도 이해하고 있다”며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칩 제조사와 국가, 통신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힘을 합쳐 소버린AI를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결국 AI 서비스가 어떤 유용성을 갖는지가 중요하다”며 “온디바이스 AI 환경에서 통역, 사진편집 기능도 유용하지만 정말 사람의 생활을 많이 바꿀 수 있는지 유용성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AI 서비스가 전력 소모와 비싼 칩 문제와도 연관된 만큼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인지도 중요하다”면서 “네이버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데이터 보유하고 있어 한국인에게 적합한 AI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이버의 검색, 날씨, 증권, 뉴스 서비스들은 지금도 AI 기술을 많이 접목하고 있다.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비서 역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AI 서비스 발전을 위해 국내 스타트업 육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대표는 “연구개발을 하고 스타트업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구축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러한 생태계가 구축돼야 네이버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학계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일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최태원(오른쪽) 대한상의 회장과 최수연(가운데) 네이버 대표가 AI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이란 주제로 AI 토크쇼에 참석했다. [대한상의 제공] |
정송 카이스트 김재철 AI대학원장은 대담에 앞선 발표에서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지금의 인공지능 모델은 데이터에서 사람이 찾아내지 못한 엄청난 특징을 스스로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 이는 불과 10년 밖에 되지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과거 인공지능은 기계에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해 기계가 스스로 깨닫게 한다. 데이터 기반의 학습이자 현재 인공지능 개념으로 이게 지금의 성공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시각, 언어, 음성, 번역, 의사결정 등 다양한 문제에 맞는 인공지능 모델을 하나하나 찾아내는 노력을 해왔고 구글이 트랜스포머라는 기술을 통해 하나의 모델로 통일했다”며 “사전학습이 돼 있는 인공지능이 있으니 회사가 가진 데이터를 추가로 공부시키면 회사가 원하는 문제에 맞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 회장은 AI 도입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한 CEO의 질문에 “AI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와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고”라면서 “때로는 AI 전문가를 데려와도 그들에게 회사의 비즈니스를 가르치는 게 더 힘들다. 직원 중 AI에 진심인 사람을 뽑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상의라는 네트워크도 활용해 다른 기업들과 모여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문제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AI는 지금이 시작”이라면서 “(회사가) 작다, 크다는 중요하지 않다. 작더라도 지금 시작하고 빠르게 가면 승자”라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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