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협동로봇 1000만원 이하로 경쟁사보다 저렴
한화·HD현대·두산 등 고부가 기술 개발에 주력
중국 쿠카 산업용 로봇. [쿠카 홈페이지 캡쳐]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우리나라에 중국산 산업용 로봇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국내 기업들이 비상에 걸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한화와 HD현대, 두산 등은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해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전략이다.
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우리나라의 중국산 산업용 로봇(협동로봇 포함) 수입액은 약 3125만달러(42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288만달러, 307억원)과 비교했을 때 3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1위 산업용 로봇 수입국인 일본(7709만달러 → 6106만달러)이 20.8%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로봇 수입이 늘어난 원인으로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꼽고 있다. 중국 협동로봇 가격은 1000만원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협동로봇 기업의 제품 가격이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저렴하다. 다른 산업용 로봇에서도 중국 제품은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비용 부담으로 생산라인 자동화를 망설이는 중소기업들에 중국산 로봇은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는 로봇 분야에서 중국 제품의 존재감은 약하지만, 단순 작업만 하는 로봇이 필요한 영세업체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로봇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품 성능에 대한 우려는 크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기업들은 중국 로봇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로보틱스 협동로봇(왼쪽)과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P시리즈. [각 사 제공] |
내수에만 집중했던 중국 기업들의 전략 변화도 수입액에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인건비가 비싼 국가에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협동로봇이 통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샤오강 송 중국로봇산업연합 회장은 국제로봇연맹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로봇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중국 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 직원들을 고용해 지사를 설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꼽은 한화와 HD현대, 두산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시 매출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로봇 기업인 한화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는 전체 매출의 약 30~40%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HD현대로보틱스의 국내 매출 비중은 60%를 훌쩍 넘는다.
HD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이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제공] |
한화와 HD현대, 두산은 차별화된 신기술을 개발해 중국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쿠카, 아우보 등을 제외한 대부분 중국 기업이 기술적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는 만큼 신기술을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린다는 것이다.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을 활용한 인공지능(AI) 솔루션, 푸드테크 솔루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디지털 방식의 특수 용접 기법이 적용된 산업용 로봇을 개발, 올해 연말까지 HD현대미포 용연공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5월 가반하중(로봇이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 성능이 30㎏인협동로봇 P시리즈를 출시했다. P시리즈는 물건을 팔레트에 정렬하거나 적재하는 팔레타이징에 특화된 협동로봇이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은 로봇에 대한 수요가 많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5월 해외 판매 채널 확대의 일환으로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 지사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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