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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레바논 삐삐 폭발 공격, 지뢰만큼이나 반인륜적 행위다

레바논 전역에서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폭발 공격이 연이틀 이어져 최소 25명이 숨지고 3000명이 넘게 다쳤다. 사상자에는 헤즈볼라 조직원 뿐 아니라 어린이와 다수의 민간인들이 포함됐다. 가게나 거리에 있던 사람들의 손이나 가방, 호주머니에서 기기가 터지면서 피해자들은 죽거나 끔찍한 부상을 당했고,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한 레바논의 사건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공격 주체가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민간인의 생활기기를 이용해 직접 신체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자행됐다는 점에서 반인륜적 살상행위로 규탄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와 베이루트 외곽 다히예 등지에서는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전기가 연쇄 폭발하며 최소 14명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 하루 전인 17일에도 레바논 전역에서 삐삐 수천 대가 터져 어린이 2명을 포함 12명이 사망하고 약 2800여명이 부상했다. 미국 언론을 비롯한 서방 매체들은 미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이번 사건의 배후를 이스라엘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AFP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수입한 삐삐의 제조·유통 과정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폭발물을 심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헤즈볼라는 해킹 및 도·감청 가능성 때문에 조직원들에 휴대폰 대신 삐삐 사용을 장려해 왔다.

수천대의 삐삐와 무전기를 동시 다발적으로 터뜨리는 건 테러와 군사 분쟁이 잦은 중동에서도 전례가 없는 공격 방식이다. 언론 보도와 소셜미디어 영상에 담긴 폭발 현장의 참상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레바논 한 가게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식료품을 사고 있던 한 남성이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삐삐가 터지면서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피해자 대부분은 손이나 얼굴, 복부를 다쳤으며 열 손가락을 모두 잃거나 두 눈이 심각하게 다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민간이 사용하는 물건이 무기가 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번 폭발 사건은 충격적이며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어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무선 기기가 지뢰나 부비 트랩 이상의 반인륜적 살상 무기로 악용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 국제사회는 중동 분쟁이 더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과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 도발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로서도 신종 안보 위협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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