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 분리배출장에 투명페트병과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섞여 있다. 주소현 기자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20일 오전 8시 서울 영등포구 한 고등학교. 등교하는 학생들 손에는 빵이나 음료수 등 아침 거리가 들려 있다.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은 급식 외에도 수시로 군것질을 한다.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생활하는 공간, 많은 인원이 종일 머무는 만큼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학교의 쓰레기는 잘 버려지고 있는 걸까. 학생들과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학교마다 분리배출함이 들쑥날쑥하고 투명페트병, 비닐류, 종이팩·멸균팩 같은 것들은 따로 분리배출함이 없어 환경 교육과 현장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 한 중학교 학생들이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
교육의 생태전환 연구를 진행하는 ‘생태전환리빙랩’에서 서울시교육청 소속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중 74개교를 대상으로 한 재활용품 실태조사에 따르면 분리배출 기준이 제각각이었다.
6개 품목으로 분리배출하는 학교가 16개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4개 품목으로 분리배출하는 학교는 13개교, 5개 품목 12개교로 조사됐다.
분리배출 품목 갯수가 같다고 해서 같은 방법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건 아니었다. 가령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종이류·골판지류·플라스틱·캔·유리병·전지 등 6가지로 나눠 버리는데, 동작구의 또다른 중학교에서는 종이류·플라스틱·비닐류·스티로폼·캔·유리병으로 구분했다.
서울 소재 한 학교 플라스틱 배출함에 투명페트병이 섞여 있다. [독자 제공] |
분쇄한 종이와 복사용지, 형광등과 전지까지 분리배출 항목을 8가지 이상으로 세세하게 나누는 학교(9개교)가 있는 반면, 쓰레기와 재활용품으로만 구분하는 곳(9개교)도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중랑구 소재 한 병설유치원 교사는 “수거 업체의 요구대로 요구르트병 등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 비닐 등을 일반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린다”며 “분리배출을 교육해도 학교 쓰레기장과 분리배출장에 가면 모두 일반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라 교육하기 민망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서울 한 주민센터에 분리배출된 투명페트병 [독자 제공] |
이처럼 학교마다 분리배출이 제각각인 까닭은 무엇일까. 학교에 가정보다 헐거운 분리배출 기준이 적용되는 탓으로 풀이된다. 가정과 비슷한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더라도 1일 300㎏ 이상 버리는 곳은 사업장폐기물배출자로 구분된다. 즉, 학교나 공공기관, 병원 등은 가정과 같은 빡빡한 분리배출 지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쓰레기가 바로 투명페트병이다. 효율적인 재활용을 위해 물이나, 식음료 등을 담는 투명페트병은 2020년 말부터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계도 기간이 끝난 2022년 말부터 투명페트병을 분리배출하지 않을 경우 최대 과태료 30만원이 부과된다.
문제는 학교를 비롯한 사업장폐기물배출자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투명페트병을 따로 버리도록 한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이 생활폐기물배출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서울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에 관해 2022년 2월 환경부에 보낸 편지 [독자 제공] |
이에 서울 용산구 소재 한 초등학교의 일부 학생들과 교사는 지난 2022년 2월 손편지로 환경부에 관련 민원 넣기도 했다. 환경부로부터 “관게 부처와 협의해 학교와 군부대, 다중이용시설 등 페트병이 다량 발생하는 곳에서도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및 처리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2년이 넘도록 바뀐 것은 없었다.
이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어마어마한 폐기물들이 매일 배출되고 있는데 환경부, 교육부, 교육청, 학교 모두가 손 놓고 있는 사이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투명페트병들이 다른 플라스틱과 섞여 혼합 배출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학교 분리배출함이 세분화·규격화돼 어느 학교에 가더라도 재활용 될 수 있는 물건들은 모두 분리해서 배출해 학생들 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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