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등 협조
헤즈볼라 계기로 가자 휴전 목표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이스라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레바논에서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신화통신]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임시 휴전을 위한 외교 중재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은 교전이 격화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임시 휴전을 위해 뉴욕 유엔총회 등을 무대로 외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데 이어 헤즈볼라까지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여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에 외교적 해법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쪽의 화살’이라는 작전을 개시한 이스라엘군은 지난 23일부터 헤즈볼라 거점을 노리며 레바논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이어왔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텔아비브 본부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양측의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접경지인 북부 지역의 작전을 위해 2개 예비군 여단을 소집하고 있다”며 지상전 임박을 시사했다.
WSJ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 함께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에서의 교전을 중지하고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재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시 휴전 기간은 최대 4주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 지역 협상가들은 “미국은 최대 4주간의 전투 중단을 모색하고 있다”며 다만 “미국이 헤즈볼라와 직접 대화하진 않으며 이집트, 카타르 등을 영입해 합의를 중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프랑스가 21일 간의 휴전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3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이 통화를 계기로 시작됐다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자국 인사가 이 협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NYT는 전했다.
25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이 전면전 위기에 놓인 가운데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투 일시 중지를 계기로 가자 지구 휴전 협상에도 진전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 계기가 됐던 레바논 국경 양쪽에서 피난 간 이스라엘 시민들이 집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교착된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새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악시오스에 “만약 헤즈볼라와 외교적 해법을 시도하는 것을 하마스가 본다면 하마스 수장인 야히야 신와르가 협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 등을 무대로 각 측과 집중적인 논의를 벌이고 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전날 악시오스 행사에서 “우리는 뉴욕과 전 세계 수도에서 실시간으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서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중동 지역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있다”면서 “나와 내 팀은 이 일을 끝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아랍 국가들은 이 합의를 매우 원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일부 정책만 바꾼다면 그들은 이스라엘과 협정을 맺을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유엔 총회 계기 진행된 걸프협력회의(GCC·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구성) 외교장관회의에서 “우리는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만났다”면서 “중동 지역 내 (전쟁) 확대 위험은 심각하며 최선의 해법은 외교”라고 강조했다.
이어 “레바논과 관련, 우리는 전면전을 피하고 이스라엘 및 레바논 주민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외교적 절차로 가기 위해 파트너들과 쉼 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각국은 이 협상을 끝내기 위해 모든 당사자를 계속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앞서 미국은 시도한 가자지구 휴전 합의에서도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WSJ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전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고 인정했다”며 “가자지구 휴전 협정 체결에 실패한 것에 주목하며 (휴전에) 낙관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