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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권 분쟁 영향?” 회사 떠나는 한미약품 직원들…“예년과 비슷”
한미그룹 직원들이 회사에 출근하고 있는 모습. 손인규 기자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경영권 다툼으로 한미그룹 직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퇴사가 확인된 인원만 300여명. 국내 제약사 중 연구개발(R&D)의 모범이 됐던 한미약품이 끝을 알 수 없는 집안 싸움으로 인재들의 탈출이 이어지며 회사는 신약 명가의 위상까지 흔들릴 위기에 처하고 있다. 다만 한미약품 측은 매년 이 정도 인원의 이직은 경영권 분쟁 이전에도 있었던 현상이라며 특별히 올 해만의 일은 아니라고 했다.

업계 및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9월까지 한미약품을 퇴사한 직원은 230여명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한미그룹이 OCI그룹과 통합 계획을 발표한 시점 34명이 퇴사한 이후 9월까지 매달 20~30여명이 퇴사하며 19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 기간 한미사이언스 직원 72명도 사직서를 냈다. 두 회사 퇴직자만 300명이 넘는다.

신규 입사자로 퇴사자 공백을 채우고 있지만, 그만큼 숙련된 인재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잦은 인력 교체는 기업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이직으로 인해 퇴사자가 생기는 건 매월, 매년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한미그룹 직원들 중에는 개인 사정이 아닌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것이 퇴사 요인이 되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최근 3년간(2021~2023) 회사 퇴사자 수는 매년 300명 정도로 올 해와 비슷했다”며 “오히려 한미약품의 퇴사율은 업계 다른 회사들보다 낮은 편”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은 시간이 갈수록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한미그룹 밸류업 및 중장기 성장전략 기자회견에 참석해 경영권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7일 간담회를 갖고 차남 임종훈 대표가 “절대 경영권을 뺏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오는 28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5년 안에 그룹 전체 이익을 1조원대로 키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28일로 예정된 임시주총 결과를 자신하며, 그룹 경영권을 뺏기지 않고 현행 체제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3자 연합(모녀와 신동국 회장) 측으로 구성된 한미약품은 11일 공시를 통해 ‘10년 매출 5조, 영업이익 1조 달성’이라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임종훈 대표가 자신이 하는 방식만이 회사를 지키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임종훈 대표는 자신의 왜곡된 신념이 한미를 더 혼란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이제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지적했다.

한미그룹은 형제와 모녀측으로 나뉜 뒤 1년 가까이 경영권 싸움이 진행 중이다. 회사는 사업과 경영권 다툼은 분리해 봐달라는 입장이지만 긴 시간 진행되는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한미약품 주가 추이. 네이버증권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모두 주가는 하락세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올 초 5만원대까지 올랐지만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며 현재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한미약품 역시 올 초 37만원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33만원대 머물고 있다.

이에 주주들도 한미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소액주주 들은 형제 측과 3자 연합 측의 경영권 싸움에서 어디를 응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미약품 주식을 가진 한 소액주주는 “양측 지분이 엇비슷해 도통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경영권 다툼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사실상 적당한 가격이 되면 가진 주식을 전부 팔고 나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으로 한미의 기업 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태”라며 “아무리 신약개발에서 성과를 내더라도 오너가의 이런 리스크 요인 때문에 회사 가치를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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